서울시향 새달 2일 공연
사무엘 윤 성악가(바리톤)
‘레퀴엠’이 오페라 ‘돈 카를로’, ‘아이다’ 등과 더불어 베르디의 걸작으로 꼽히는 까닭은 특별한 작곡 동기도 한몫했다. 베르디가 존경하던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와 문호 알렉산드로 만초니(1785~1873)의 죽음을 추모하려고 만들었기 때문. ‘레퀴엠’ 중 마지막 곡 ‘리베라 메’(나를 구원하소서)는 애초 로시니를 위한 레퀴엠이었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리베라 메’는 만초니의 죽음을 계기로 빛을 본다. 1874년 5월 만초니의 사망 일주기를 기념, 밀라노의 산마르코 성당에서 완성된 ‘레퀴엠’을 초연했다. 어떤 레퀴엠보다도 강렬한 ‘진노의 날’(Dies Irae) 대목은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 새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플래티넘시리즈Ⅱ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소프라노), 미쉘 드 영(메조소프라노), 그레고리 쿤드(테너), 그리고 사무엘 윤(바리톤)이 나선다.
특히, 지난해 7월 바그너만 공연하는 유럽의 대표적 음악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역(‘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맡았던 사무엘 윤에게 눈길이 쏠린다. 애초 캐스팅됐던 러시아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가슴에 새긴 나치문양(卍) 문신 탓에 출연이 취소되면서 공연 당일 6시간 전에 ‘대타’로 투입돼 스타덤에 올랐던 그다. 1만~12만원. 1588-1210.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4-1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