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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낭트의 밤하늘을 詩로 수놓다

고은 시인, 낭트의 밤하늘을 詩로 수놓다

입력 2013-05-29 00:00
업데이트 2013-05-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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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이 나오는 것을/가볍다 말자/ 죽어가는 사람의 입에서/ 휘파람이 나오는 것 보았다/ 잔 바람 이는 것을/ 가볍다 말자/ 잔 바람에/ 누운 비닐 조각 들썩이는 것 보았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이 잔잔한 음성으로 자신의 시 ‘다시 보면’을 낭독하자 청중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8일 밤(현지시각) 프랑스 제2의 문화도시로 불리는 낭트의 문화복합기관 코스모폴리스에서 열린 고은 시인의 시 낭송회 및 독자와의 만남에는 프랑스인과 교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그동안 세계 25개 언어로 작품집이 번역됐고 프랑스에서도 ‘뭐냐’, ‘만인보’ 등을 비롯한 4편의 시집이 출간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가 많다.

그런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낭송회에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쌀쌀한 날씨에 비교적 늦은 평일 저녁 시간대임에도 많은 현지 독자가 찾아와 시를 감상했다.

고은 시인은 작품집 ‘순간의 꽃’ ‘속삭임’ ‘뭐냐’ 등에서 고른 시 서른두 편을 낭독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히말라야 이후’, ‘실크로드’, ‘너’, ‘어떤 기쁨’, ‘노래섬’ 등을 낭독하면서 분위기와 내용에 따라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고 몸짓도 해가며 한국어를 모르는 프랑스인 청중에게 작품의 느낌과 감정을 전달했다.

고은 시인이 한국어로 시를 읽으면 이어 프랑스인 남성 배우 멩동 로랑이 다시 열정적인 목소리와 몸짓으로 불어로 번역한 시를 낭독했다.

낭송회 중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 이수자인 이정주 씨의 거문고 공연도 어우러져 분위기를 돋웠고 고은 시인은 이따금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로랑 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도종환 시인도 낭송회에 참석해 자신의 시 ‘담쟁이’와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독했다.

고은 시인은 “이곳 낭트에서 한국은 아주 먼 동쪽”이라며 “유라시아 서쪽 낭트와 동쪽 한국이 한국문학의 밤을 통해서 지구상의 원근법을 넘어서 하나의 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낭송회에서 그는 평소 즐겨 부르는 ‘아리랑’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낭송회를 찾은 장 피에르 베르트와 부인 마리 조제 씨는 “그의 시를 읽으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랑스 시나 시인과는 감성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고은의 시는 자연에 더 가깝다”는 감상을 말했다.

이날 행사는 낭트 ‘한국의 봄’ 축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특집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낭트 ‘한국의 봄 협회’가 주최하고 주불문화원과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공동 주관하는 ‘한국의 봄’ 축제는 오는 6월 16일까지 낭트시 전역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과 현대 문화예술을 소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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