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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매국노 제1호’ 송병준 평전 출간

‘친일매국노 제1호’ 송병준 평전 출간

입력 2013-08-26 00:00
업데이트 2013-08-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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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6월 고종은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3인의 밀사를 파견했다.

일제의 강압으로 맺은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헤이그 밀사 사건’은 일제에 눈엣가시 같던 고종 황제를 물러나게 할 좋은 구실이 됐다.

1907년 7월 6일 열린 어전(御前) 회의에 농상공부대신 송병준은 일본의 장군 군복을 모방한 무관복 형식의 대신 관복에 권총을 허리에 차고 참석했다.

어전 회의에 총을 휴대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지만 아무도 송병준의 권총 휴대를 저지하지 않았다.

일제의 사주를 받은 송병준은 오른손을 권총 케이스에 얹은 채 고종의 면전에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황(日皇)에게 사죄하든지, 아니면 대한문에 나가 조선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세미치(長谷川好道)에게 직접 항복하든지 선택하라’고 윽박질렀다.

고종은 송병준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침울하게 내뱉었다.

”병준이란 위인(爲人)이 저러한 줄을 미리 알았다면 종사의 위기가 이토록 절박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로다.”

고종은 신음하듯 이 말을 한 후 분노에 가득 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좌를 박차고 일어나 침전으로 가버렸다.

저잣거리의 아이들도 ‘친일 매국노’라고 손가락질한 송병준(宋秉晙·1858∼1925)의 인생을 되짚은 ‘망국대신 송병준 평전’이 출간됐다.

저자 임혜봉 스님은 ‘외인창귀(일본에 미친 귀신)·망국적(나라를 망하게 한 도적)·매국노·일본의 3대 충노·망국대부’ 등으로 불렸던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대표적인 인물 송병준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완용과 친일 매국 경쟁을 한 송병준은 한일강제병합 후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친일공적으로 일본 천왕으로부터 자작에 봉해져 ‘조선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

기생의 몸에서 태어난 서자로 수표교 다리 밑에서 거지 생활을 한 적이 있는 미천한 자가 조국을 빼앗은 일제에 빌붙어 일약 귀족이 된 것이다.

송병준은 나라를 판 대가로 거금의 은사금을 받았고, 은인과 친구의 재산을 빼앗는 등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해 부귀영화를 누렸다.

”은사금은 일제가 한일병합에 친일공적이 큰 60여 명에게 일왕이 내려준 거액의 금전이었는데, 송병준은 은사금 10만원을 하사받았다. 이 금액은 당시의 금값으로 따지면 20억원이고, 그때의 쌀값으로 계산하면 30억원에 해당하며, 당시 관리들의 봉급으로 환산하면 무려 70억원에 맞먹는 거금이다.”(19쪽)

임 스님은 송병준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이처럼 철저하게 자기 조국과 민족에 반(反)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1907년 조선 전국에서는 애국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국채보상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일본에 빚진 국채 1천300만원을 상환해 국권을 회복하자는 운동이었다.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단연(斷煙)을 실행했고, 부녀자들은 금·은의 비녀와 가락지들을 내놓았고, 머리털을 잘라 팔아 이 운동에 참여하는 여학생들도 다수 나왔다.

그런데 송병준은 이 국채보상운동에 적극적으로 반대해 국채보상연합 총회에 가서 “한국에 무슨 돈이 있다고 거액을 모으느냐? 일찌감치 빨리 그만 두라”고 하면서 꾸짖고 욕설을 하며 한바탕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친일 승려들의 행적을 고발하는 ‘친일 승려 108인’의 저자이기도 한 임 스님은 친일파인 송병준의 후손들이 매국의 대가로 축적한 재산을 되찾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송병준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송병준 평전’은 자료 조사에 4년, 집필에 1년 등 5년이 걸려 완성됐다.

그는 “송병준의 일생을 조명한 이 책은 반면의 거울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100년 전 망국의 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역사와 인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은 이완용과 함께 대표적인 친일파로 불리는 송병준의 생애와 그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까지 다룬다.

선인. 696쪽. 4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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