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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 어디서 판각했나’ 학계 논란

‘고려대장경 어디서 판각했나’ 학계 논란

입력 2013-08-27 00:00
업데이트 2013-08-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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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발전硏 심포지엄서 ‘전부 남해서 판각’vs’일부 판각’ 맞서

인류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의 판각지를 놓고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강화도 판각설에 맞서 경남 남해에서 모두 판각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자 남해에서는 일부만 판각됐다는 반박이 나오는 등 고려대장경 판각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런 논란은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27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개최한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이 ‘고려대장경판은 모두 남해에서 판각했다’라는 주제발표로 불을 붙였다.

박 원장은 “고려대장경 간행기록(간기·刊記) 조사에서 대장도감(大藏都監)판과 분사대장도감(分司大藏都監)판이 동일한 장소에서 판각됐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려대장경은 강화도에 설치된 대장도감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거나 남해에 따로 설치된 분사대장도감에서 공동 제작했다는 설이 많았다.

박 원장은 “분사대장도감판의 간기 부분을 모두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분사대장도감판의 간기에서 ‘대장도감’을 파내고 그 자리에 ‘분사대장도감’을 다른 목재에 새기고 나서 이를 경판에 끼워 넣은 것을 확인했다”며 “대장도감판은 모두 분사대장도감에서 새겼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경판에는 판각을 담당한 각수(刻手)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들 각수를 조사한 결과 분사대장도감판과 대장도감판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각수에 의해 새겨졌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미영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연구원이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발굴조사 성과와 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대장경 판각지로 주목받는 남해군 고현면 일대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 발굴 성과를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전 선원사의 부속암자로 추정되는 백련암지에서 ‘장명원시납은병일구 이태서(長命願施納銀甁壹口 李台瑞)·장명원시납은병일구 박ㅇㅇ(長命願施納銀甁壹口 朴ㅇㅇ)’ 명문 기와, 전 선원사지에서는 고려시대 별서 건물로 추정되는 ㅁ자형 가옥·정원 및 원숭이모양 연적이 각각 출토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명문 기와에 나오는 ‘은병’은 국가 차원의 거래나 고관·귀족 등 상류사회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고액의 화폐이고, 원숭이모양 연적은 고려 귀족사회에서 희귀하게 사용되던 기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은병이나 원숭이모양 연적 사용 사례를 분석하면 전 선원사지는 12~13세기에 조성된 유적으로, 이 시기는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에 해당한다”며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남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최연주 동의대 사학과 교수는 ‘분사남해대장도감과 강화경판 ‘고려대장경’의 조성 공간’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분사대장도감은 남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설치돼 있었다”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분사남해대장도감은 여러 분사대장도감 중의 하나이다”며 “앞으로 고려대장경의 조성공간 또는 판각과 관련된 유구 발굴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경진 경상대 사학과 교수는 ‘고려 대몽항쟁기 남해의 위상과 분사남해대장도감 설치’라는 주제발표에서 “남해분사도감에서는 고려대장경판의 10분의 1 정도만 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남해분사도감은 고려의 지방운영체계에 기반해 안전한 경판 제작처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해 고려대장경판 모두가 남해에서 제작됐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강순형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 고영훈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최연식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김태영 경남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주영민 남해군 학예연구사 등이 토론을 벌였다.

한편 남해군과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고려대장경 판각작업을 주관한 남해분사도감의 실체를 밝히고 판각지 일대를 성역화하기 위한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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