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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향 “나이 구분 의미없어…여든까지 발전하고파”

김도향 “나이 구분 의미없어…여든까지 발전하고파”

입력 2014-08-26 00:00
업데이트 2014-08-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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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신곡 ‘마이 라이프’ 발표

멀리 그의 작업실 문이 보이자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귓가에 닿기 시작한다. 문에 다가갈수록 소리는 점점 커져 바로 앞에 설 무렵에는 복도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곧 고희(古稀·70세)를 맞이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여전히 ‘날’이 살아있다.

바로 ‘CM송의 대부’로 불리는 가수 김도향(69) 이야기다. 최근 9년 만에 신곡 ‘마이 라이프’(My Life)를 발표한 그를 서울 합정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누구든 신나게 세상이라는 무대를 즐겨보라고 응원하는 내용의 노래에요. 인생에 답이 어디 있겠어요. 틀려도 좋으니 늙고 젊음에 구분없이 자기가 믿는 대로 무대에서 한번 뛰어보라고 힘을 주고 싶었어요.”

’마이 라이프’는 흥겨운 리듬과 브라스 연주, 유쾌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가 어우러진 곡으로 김도향 특유의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프로듀싱팀 플라스틱의 이성재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마이 라이프’만 해도 굉장히 신나면서 젊은 느낌의 음악인데 원래는 더욱 ‘핫’한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성재 씨가 가져온 노래는 파격적인 댄스곡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부르려니 가사가 잘 나오지 않았죠. 마치 ‘노인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주변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성재 씨가 ‘아무래도 선생님께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마이 라이프’로 결정했죠.”

그동안 DJ.DOC, 데프콘, 윤종신 등 여러 후배 뮤지션과 교류하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온 그는 신곡에서 그룹 울랄라세션과 함께 했다.

”울랄라세션 친구들은 노래도 잘하지만 천재적인 퍼포먼스 감각이 있어요. 옛날 음악가들이나 갖고 있을 법한 감각을 잔뜩 갖고 있어서 정말 ‘쇼킹’했죠. 작업하면서는 제가 아버지처럼 보듬어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으로 주목받은 나하은 양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색소포니스트, 경비원, 배달부 등으로 모습을 바꾸며 김도향도 등장한다.

”카메오 출연은 제 아이디어에요. 같이 출연한 젊은 친구들이 너무 즐거워했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괜히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조금 들어갔네요.(웃음)”

1970년 포크듀오 투코리언스로 데뷔한 김도향은 그동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벽오동’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3천곡 이상을 만든 국내 CM송계의 대가로 더욱 유명하다.

”양지에서는 조금 벗어난 음악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본 그는 뜻밖에 “내 노래가 언제나 창피하다”고 말했다.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일까.

”작업실에 제 음반은 없어요. 제 노래를 들으면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져요. 세월이 흐를수록 과거에 ‘까불었던’ 부분이 보여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젊은 시절의 치기가 느껴지는 것이죠.”

그는 실제로 2000년 무렵에는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명상 공부에 빠진 데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어달라’고 구걸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다시 음악을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노래가 지닌 원초적인 치유의 힘 덕분이었다.

”제주도 치매노인 요양원 위문 공연이 ‘펑크’났으니 대신 무대에 서달라고 지인이 요청했어요. ‘노래는 안합니다’했는데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었죠. ‘벽오동’을 불렀는데 치매로 10년간 말씀 못하신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서서 ‘김도향이다’ 하셨어요. 공연장이 완전히 눈물바다였죠. 순간 ‘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 노래를 하는 것은 구걸하는 게 아니라 치료를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김도향은 “그때부터 발성 연습을 꾸준히 했다”면서 “이후 모든 가수의 노래가 귀하게 들렸다. 각자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확신이 드니 모든 노래가 소중해졌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정규가 아닌 싱글이어서 다소 아쉽다. 언제 다시 디스크를 꽉 채운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있을까.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저도, 이성재 씨도 불이 붙었어요. 저를 위해 계속 곡을 쓰겠다고 했고, 저도 마음속 노래를 써보려고요. 1년에 한두곡씩 내서 그걸 모아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죽기 전에 좋은 앨범 하나 내야죠. 여든살까지는 할 생각이니 그때까지는 점점 더 노래를 잘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음악 시장이 작아 중견 가수들은 박제된 과거 모습만 보여 줄 수밖에 없어 아쉽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나는 10년쯤 뒤 데뷔 55주년이 될 때까지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르다. 변하는 내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이 라이프’로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의 욕심을 줄이니 몸도 건강해졌다”는 그인 만큼 음원 차트나 음악 방송의 높은 순위는 아닐 것이다.

”노래로 나이 든 사람들과 젊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면 좋겠어요.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은 것이 인생인데 늙고 젊음의 구분이 어디 있겠어요. 나이 든 사람들의 열정에 불을 지르고, 젊은이들에게는 폭넓은 세대 공감의 기회를 선사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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