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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 장재열 입원하면 지해수와 헤어질 것”

“정신분열 장재열 입원하면 지해수와 헤어질 것”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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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팬인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본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질병에 대한 몰이해 안타까워…정신과 문턱 낮춘 긍정적 효과도”

“정신과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질병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나 안타깝습니다.”

영화도, 케이블채널도 아닌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는다. 환시가 보이는 등 그 상태가 꽤 심각하다.

그러한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도발적인 SBS TV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종영까지 3회가 남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신과의사들과 각종 정신병을 앓는 현대인들. 드라마는 이들을 내세워 그동안 음지에 머물던 정신질환을 양지로 끌어내, 성적인 코드를 전진 배치한 로맨스와 버무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니아층을 확보한 노희경 작가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며 풀어내는 이야기에, 현재 ‘절정의 미모’를 뽐내는 조인성의 매력적인 눈빛과 자연스럽고 시크한 연기의 달인 공효진이 만나 빚어내는 화음으로 드라마의 광고는 완판됐고, 젊은층은 다시보기 광풍으로 ‘괜사앓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인기’로 모든 논의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보는 ‘괜찮아 사랑이야’는 어떤 모습일까. 문제는 없을까.

’노희경 팬’임을 자처하는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철 진료과장은 “정신과적으로 질병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드라마”라고 ‘진단’했다.

박 과장은 “정신과 병원과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태도가 드라마적으로 새로운 소재와 차원을 제공한 것 같은데,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정신질환과 관계된 상황들이 너무 작위적이고 노골적이라는 인상이 든다”며 “드라마적 재미와 별개로 정신과 의사로서는 현실감이 많이 떨어져 불만족스럽고 안타깝다. 한마디로 세련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비롯해 노 작가의 작품을 다 봤다는 그는 “노 작가는 지금까지 쭉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드라마를 써왔고 그래서 팬으로서 너무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좀 실망했다. 오히려 정신과를 표방하지 않은 전작들이 더 설득력 있게 정신질환을 다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은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조현병을 앓고 있고 자신만의 환시를 경험하고 있다.

박 과장은 “아동기 외상이 조현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설프고, 자칫 그게 인과관계로 도출될 위험성이 있다”며 “특히 환시 등 장재열이 겪는 상황이 매력적으로만 보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드라마 전반적으로 조현병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초반 등장한 조현병 환자와의 자동차 추격전을 보면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게 묘사되는데 장재열은 별반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재열은 진단분류체계로 보면 사실 정체불명질환입니다. 다중인격장애까진 아니어도 조현병보다는 해리성 장애에 더 가깝죠.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것은 정신분열증이 명칭처럼 정신이 분열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현병으로 명칭이 바뀐 것인데, 드라마에서는 정신분열이라는 그 단어에 매몰된 느낌이에요. 또 조현병 환자는 대부분 환청을 앓습니다. 환시는 정신질환보다는 대부분 뇌종양이나 간질 등 뇌의 질병에 따른 현상입니다.”

그는 장재열보다는 투렛증후군(틱 장애)을 앓는 박수광(이광수)의 캐릭터가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투렛증후군은 정서적인 백그라운드가 있고 성인이 될 때까지 치료가 되지 않았다면 만성으로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점에서 박수광의 캐릭터가 현실적입니다. 제 생각에는 노희경 작가가 박수광에 자신을 이입한 게 아닐까 싶어요. 노 작가 스토리를 예전에 읽었는데, 자신이 부모에 대한 원망을 극복해 나간 과정을 박수광을 통해 표현해낸 것 같아요.”

극중 등장한 ‘아미탈 인터뷰’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장재열 형 장재범(양익준)에게 투여한 아미탈 소디움에 대해 ‘바르비탈계의 수면제’라고 설명하며 이를 활용한 아미탈 인터뷰는 ‘아미탈을 서서히 정맥주사하여 긴장을 이완시켜 유사 최면상태에서 면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자막을 통해 소개했다.

박 과장은 “아미탈이 만병통치약처럼 그려진 것 같은데 지금껏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에서 아미탈을 사용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과거 역사 속 치료법이고 지금은 쓰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이제 장재열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게 되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장재열은 앞서 지해수(공효진)의 ‘섹스 기피증’을 치유해줬고, 지해수에게 청혼도 했다. 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박 과장은 “만약 장재열이 입원하면 지해수와는 헤어질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는 장기 치료가 요구되는데 입원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부모님 말고는 곁에 아무도 안 남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조현병을 오래 앓게 되면 제일 먼저 형제가 떠나고 그 다음에 배우자가 떠납니다. 물론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장재열의 병도 잘 치료가 되겠지만 완치라는 것은 없고 평생 고혈압, 당뇨처럼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환자는 늙어가고 50세쯤 되면 곁에 부모님 말고는 아무도 안 남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투쟁과 같습니다. 치료하는 과정에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하는데 드라마는 그것을 간과하고 있어요. 너무나 패셔너블하게 조현병을 다루고 있죠.”

하지만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고 극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영역이다. 이 드라마는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직업적 시선에서 벗어나면 그들에게도 ‘괜찮아 사랑이야’는 ‘드라마적으로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박 과장은 “정신과 의사나 환자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감회는 있다. 또 이 드라마를 통해 정신과 문을 두드리는데 주저하던 사람들이 병원을 찾게 된다면 그건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SBS 드라마국 김영섭 국장은 ‘괜찮아 사랑이야’에 대해 “정신분열이라는 설정이 사실 부담스럽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극복방법을 제시한다면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무엇보다 작가와 연출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또 실제로 잘 소화해냈다고 본다”면서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 강박증, 편집증, 성도착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질환을 숨길 것이 아니라 밖으로 끄집어 내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자는 의도가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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