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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부치지 못한 학도병의 편지

‘어머니!’ 부치지 못한 학도병의 편지

입력 2015-04-15 17:39
업데이트 2015-04-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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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한글 편지’ 특별전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제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왜 수의(壽衣)를 생각해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이 어머니 앞으로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다.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사한 그의 옷속 수첩에서 편지는 발견됐다. 포항여중 전투에서 학도병 71명은 북한군을 맞아 싸우다 그를 포함한 48명어 전사했다. 이 전투는 영화 ‘포화 속으로’(2010)의 소재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21일부터 6월 7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올해 첫 번째 기획특별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서 선보이는 부치지 못한 편지다.

이 자리에서는 현존하는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안정나씨 나신걸 편지에서 시작해 1990년대 이후 전자우편(이메일)과 최근의 누리소통망(SN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통 수단을 통한 시대 이야기를 소개하는 한편 소통 매체의 변화와 관련된 언어문자 생활도 재미있게 풀이한다.

대전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나신걸 편지는 2012년 5월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나씨 묘역을 이장하다가 발견됐다. 나신걸(羅臣傑.1461∼1524)이 부인 신창 맹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그가 영안도(永安道. 함경도) 경성에 군관(軍官)으로 가면서 고향 회덕(懷德)에 들르지 못하게 되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추운 북방의 국경 지대에서 입을 옷과 경성에 가면서 필요한 양식을 보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박율랴 씨가 고려대 유학 시절 한국어를 가르쳐 준 타슈켄트 세종학당 선생한테 보낸 감사의 편지라든가 아프리카 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 회장인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1960년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독일의 탄광에서 3년 동안 광부로 일하면서 당시 독일에서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가 소개된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누리소통망(SNS)은 손 편지 문화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디지털 시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정착했다.

’훈남’(훈훈한 남자)이나 ‘오나전’(완전) 같이 인터넷 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와 다양한 그림말(이모티콘)은 전통적인 문자 소통의 방법까지 뒤흔든다. 이번 전시는 이런 새로운 문자 환경 변화도 조명한다.

이런 방식들로 박물관 기획전시라면 으레 예상하는 그런 기법을 탈피하고자 하면서도 이번 전시는 전통 방식도 가미해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정조가 남긴 현전하는 어필 한글 편지도 소개한다.

아울러 추사 김정희의 한글 편지, 궁체로 유명한 하상궁이 러시아 베베르 공사 부인에게 보낸 궁체 편지, 김환기가 부인 향안에게 보낸 그림 편지, 백남준이 이어령에게 보낸 그림엽서도 선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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