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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석사 무량수전은 금당 아닌 강당”

[단독〕”부석사 무량수전은 금당 아닌 강당”

입력 2015-05-15 13:49
업데이트 2015-05-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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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문 학술대회서 파격 주장, “성덕대왕신종 주조자는 만월부인” 주장도

불교 사원 건축에서 석가모니나 아미타불, 비로자나불과 같은 부처를 봉안하는 중심 건축물을 금당(金堂)이라 부르고, 강학하는 공간은 강당(講堂)이라고 한다. 한·중·일 불교 사원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강당은 금당 북쪽(뒤쪽)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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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물 아름다움의 극치 부석사 무량수전.
목조건물 아름다움의 극치 부석사 무량수전.
그런 점에서 신라 고승 의상이 창건한 영주 부석사는 이질적이기만 하다. 우선 아미타불을 봉안한 무량수전(無量壽殿)이 말할 것도 없이 금당이지만, 강당도 없고, 나아가 무량수전 역시 여타 다른 고찰에서 보는 금당과는 사뭇 구조가 달라 동-서 방향이 유난히 길어 언뜻 창고 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 안 되는 현존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인 무량수전은 나아가 그 안에 주불(主佛)로 봉안한 아미타 부처가 남쪽이 아닌 동쪽을 바라본다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한데 이런 의문점을 대번에 풀어줄지도 모르는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부석사 성보박물관 김태형 학예연구사는 학술단체 문헌과문물(문문·회장 홍승직)이 1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강당에서 개최하는 제4회 정기학술대회 발표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성격에 대한 고찰’을 통해 무량수전은 애초 기능이 금당이 아니라 강당이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들고 나온다.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김 연구사는 여타 금당과는 전혀 다른 구조와 아미타불과 관련된 불교 경전의 연관 기록, 그리고 주변에서 수습한 고려시대 ‘講堂’(강당)명 기와 등의 근거를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우선 구조와 관련해 무량수전은 전면 진입 계단이 3개에 이른다. 불국사 대웅전과 극락전, 부안 개암사 대웅보전, 같은 부안 내소사 대웅전,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개성 관음사 대웅전, 금강산 장안사 대웅보전,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김제 금산사미륵전과 대적광전과 같은 여타 사찰 대웅전을 봐도 전면 중앙 한 곳에 계단을 마련하는 것이 상례다.

다만 정면 계단 없이 좌우로 1개 혹은 2개 계단을 마련한 건축물도 예산 수덕사, 강화 전등사 등지에서 발견된다.

반면 무량수전처럼 계단을 3개로 분리해 조성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연구사에 따르면 이는 무량수전이 애초에 금당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강당으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아가 여타 사찰에서 강당 좌우에 부속 건물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무량수전은 지금은 없지만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그 좌우에 취원루와 응향각이라는 부속 건물이 있었다는 점도 강당임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무량수전이 강당이라는 결정적인 근거로 이 건축물 뒤편 경사진 곳에서 고려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강당’ 명 기와가 발견됐다는 점을 든다. 이는 무량수전이 애초에는 강당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 관련 경전에서 무량수불, 즉 아미타불이 여러 성문과 보살을 위해 법문을 설하는 장소가 칠보로 장엄된 ‘강당’이라는 점에서도 무량수전이 강당임을 더욱 확실히 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사는 무량수전 본존 좌대 주변에 지금도 녹색 유약을 입힌 벽돌인 녹유전이 깔려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를 학계에서는 “유리로 바닥이 된 극락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는 무량수불이 설법하는 칠보로 장엄된 강당을 표현하려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본다면 무량수전에 봉안한 아미타불이 여타 남쪽을 향하는 다른 금당 부처가 한결같이 남쪽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유독 동쪽을 바라보며 배치된 것도 무슨 거창한 사연이나 불교 교리가 있어서 그리된 것도 아니고, 애초 강당이었기 때문에 건축물 구조상 그리 되었을뿐이라고 김 연구사는 덧붙였다.

이번 문문 학술대회에서는 경주지역 문화사학자인 조철제 경주문화원 이사가 ‘성덕대왕신종 명문(銘文)의 재해석’을 통해 애초에는 봉덕사에 봉안했다가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전시 중인 성덕대왕 신종을 만든 이는 신라 혜공왕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이자 35대 경덕왕 부인인 만월부인이라고 주장한다.

조 이사는 “종에 적힌 글을 세심히 분석하면 신종을 만든 모든 공덕을 만월부인에 돌리고 있다”면서 “그 서문을 보면 ‘이에 (태후인 만월부인이) 선왕의 유언에 따라 마침내 숙원을 이뤘다’라고 한다든가 ‘이에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 신종을 주성하였다’는 대목을 보면 신종 주조자는 만월부인임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조 이사는 “다시 말해 신종은 혜공왕이 아버지 경덕왕의 뜻에 따라 주조한 것이 아니고, 만월부인이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만들었던 것이다. 만월부인의 독단과 위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이 외에 이날 대회에서는 ▲ 경국대전 판본 연구(이기현) ▲ 한국 주종 유구와 주종방법에 대하여(차순철·원보현) ▲경주 천원마을 출토 인골을 이용한 신라인 얼굴복원(이원준) ▲불국사와 석굴암 조영에서 남겨진 공통요소(최민희) ▲ 우리나라 금속활자 연구현황(박광헌)과 같은 발표가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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