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한 매체 인터뷰로 표절사태 마무리될까

신경숙, 한 매체 인터뷰로 표절사태 마무리될까

입력 2015-06-24 10:29
업데이트 2015-06-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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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표절 의식과 작가윤리” 문제 새롭게 부각

작가는 엿새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표절 의혹을 단호히 부인하고 무시하겠다는 태도 대신 “표절을 제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표절을 시인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반가운 일이지만, 문학계 안팎에선 여전히 의혹과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은 지난 23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제기돼온 자신의 1996년작 ‘전설’의 표절 의혹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벼락 속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입장을 번복하는 결단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고통과 번민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첫 대응이 부른 파장과 쏟아져나온 다른 의혹들까지 가라앉히기에는 작가의 해명 내용과 태도 면에서 아쉬움과 미진함이 적지 않다는 게 문단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무엇보다 부각되고 있는 의혹은 작가의 윤리의식과 태도에서의 문제다.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23일 열린 한국작가회의-문화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1999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단편 ‘딸기밭’ 표절 논란 당시 작가의 태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신문 문학전문기자인 최재봉씨는 당시 ‘딸기밭’이 19991년에 숨진 유학생 안승준씨의 유고집 ‘살아 있는 것이오’(삶과꿈, 1992)에 실린 여섯 문단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점을 칼럼을 통해 공식 지적했다.

당시 칼럼에 따르면 신 씨는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 “유족에게서 책을 받아 읽고 너무도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언젠가 소설로 써보고 싶었다”며 “유족에게 누가 될까 봐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신 작가의 진술이 “(명백한 표절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를 담아낸 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신 작가 진술은 표절에 대한 사과라기보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일 뿐이라며 “작가적 기본윤리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개탄할 만한 상황에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 씨가 표절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얕고, 그 대응도 소극적이거나 방어에만 급급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신 씨는 앞서 1995년 자신이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박철화 평론가에 대해 “유사한 모티프 한두 개를 발견해 표절 운운하는 것이라면 그건 위험천만한 단세포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명원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표절에 대한 작가적 윤리나 책임 문제에 대해선 자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문제 제기자를 고압적으로 타매하는 양상만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단 내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신 씨는 아직까지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노트에다 썼어요.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문학은 뭔가 모자라고 결핍되고 못난 사람들 편이었어요. 약하고 두려운 마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편이었던 게 좋았어요.”

신 씨는 인터뷰에서 소설 창작 과정과 철학의 한 단면을 이 같이 피력했지만 과연 그 같은 글쓰기 원칙이 그 안에서 일관되게 관철되어 왔는가 하는 문제 제기도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한 언론인은 지난 2012년 한 문학계간지에 실린 ‘어느 유명 문인과의 오래된 악연’이라는 기고문에서, 작가 이름을 기명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신 씨의 작가윤리를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그에 따르면 신 씨는 한 여성지 기자 신분에서 자신을 취재했던 이 언론인을 이후 발표한 소설에서 악의적으로 다뤘고, 이로 인해 그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그는 기고문에서 “두 번째 연재물에서 그가 던진 날카로운 언어들이 무방비한 상태로 읽던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며 “자신의 상처만 소중하고 타인이 받을 수 있는 상처에 무감한 소설가가 무슨 소설가이면, 그가 쓰는 문학에서 무슨 놈의 카타르시스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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