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첫 이사회 개최 무산

“뭐라고 얘기해도 결국 자리 다툼이죠.”

지난 11일 저녁에 만난 한 출판사 대표 A씨가 내뱉은 말은 냉소에 가까웠습니다. 또 다른 출판사 대표 B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꼴 보기 싫어 벌써 몇 년 전에 탈퇴했지. 싸우려면 제대로 된 명분이나 갖고 하던지….”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를 둘러싼 파행<서울신문 6월 28일자 19면>에 대해 어떻게들 보고 있는지 던진 질문이 오히려 머쓱해질 정도였죠. 두 사람의 얘기를 출판계 전체의 정서라고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시선이 곱지 않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협은 애초 12일 오후 첫 이사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 22일 윤형두 범우사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한 이후 다섯 달이 다 되어 가니 너무 늦긴 했지만 정상화 물꼬를 찾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전날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와 정종진 성림 대표 등이 며칠 전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특정 인물의 상근 임원 기용을 둘러싸고 전형위원회에서 벌어진 윤 회장과 일부 전형위원 사이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된 셈입니다.

지난달 23일 4명의 전형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윤 회장 등 3명의 전형위원들이 결정한 65명 이사에 대해 ‘이사 임명 무효 소송’까지 내놓은 상태이니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 반복되게 생겼습니다.

윤 회장 반대진영에 선 정 대표는 “출협이 이사회 개최를 공고한 이후 ‘90명 이사를 새로 인선하자’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윤 회장이 이를 거부한 채 이사회 강행 의지만 밝히고 있다.”며 책임을 윤 회장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타협안 수용 여부를 떠나 (사태를 악화시킨) 윤 회장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공세의 날을 더 세우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과거사를 계속 문제 삼으니 답답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평행선입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여름 세계 출판계가 주목하는 중국 베이징국제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여합니다. 자칫하면 국내 출판계가 속으로는 곪은 상태에서 겉으로 억지 웃음을 짓는 모양새가 연출될까 걱정됩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