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 차은택 실상 드러날까

‘국정농단’ 의혹 차은택 실상 드러날까

입력 2016-11-08 21:11
업데이트 2016-11-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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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후 검찰 수사를 앞둔 광고감독 차은택 씨에게 쏠린 의혹은 광범위하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정책에 간여한 혐의가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기관의 인사에까지 개입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간 중국에 머물며 ‘국정농단’이라는 초강력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차 씨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됨에 따라 온나라를 뒤흔든 각종 의혹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 대통령까지 동원?…정책·예산 쥐락펴락

민간인인 차 씨가 공식 직함을 가진 것은 2014년 8월 19일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부터다.

그 이후 차 씨의 행보는 화려했다. 그가 총연출을 맡아 그해 8월 27일 무대에 오른 뮤지컬 ‘하루’를 박근혜 대통령이 관람했다.

공연은 그 제목처럼 하루만 하고 더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속성 심사를 거쳐 이 공연에 1억7천890만원을 지원했다.

차 씨가 제작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늘품체조’의 시연회에 박 대통령이 또다시 참석했다. 2014년 11월에 열린 행사로 앞선 박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차씨의 행사에 박 대통령이 자주 얼굴을 비치자 ‘차씨가 대통령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차 씨는 이후 지난해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에 위촉됐다. 차씨의 임명 전 정부가 창조경제추진단장을 1명 늘리는 방향으로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규정’을 불과 19일 만에 개정해 차 씨를 위한 ‘위인설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차 씨가 ‘2015 밀라노 엑스포’ 전시의 총괄 감독으로 선정된 데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원래 산업자원부가 맡아 진행했던 밀라노 엑스포 사업이 2014년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돌연 주무부처가 문체부로 바뀌었다. 그리고 감독 역시 모 교수에서 차 씨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차 씨가 모종의 ‘작업’을 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차 씨에게 쏟아진 의혹 중 주된 것은 문체부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이다.

최 씨가 함께 기획·작성한 정책 대부분이 실제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이들이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대한민국 창조 문화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통합작업’ 등 5건으로, 이들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1천800억원대에 달했다.

차 씨가 이중 역점을 둔 사업은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이다. 그가 단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제작-사업화-소비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 K-익스피리언스, K-팝 아레나 등 모두 6개로 구성된 사업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문화 분야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관련 예산이 904억원이고 내년에는 1천278억원으로 늘어난다. 계획상 2014∼2019년에 모두 7천17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으나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체부 장관이 적극 엄호한 덕분에 관련 예산은 무리 없이 확보될 수 있었다.

문체부는 ‘비선실세’ 파문이 커지자 차 씨 등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년도 문화·체육사업 예산 892억7천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차씨는 국가브랜드 제정과 정부상징 통합 작업에도 손을 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7월 발표된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프랑스의 국가산업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상징 통합은 부처·기관별로 달리 쓰던 로고를 한가지로 통일하는 사업이다.

◇ 장관·차관급 자리도 차은택 맘대로?

차 씨는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차 씨의 20년 지기이자 그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그 사례다.

유진룡 전 장관이 퇴임하기도 전인 2014년 5월에 송 전 원장이 ‘차 씨가 자신을 문체부 장관을 시켜준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송 전 원장 지인의 증언이 나왔다. 이어 다음달에 차 씨가 장관 대신 콘텐츠진흥원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송 전 원장의 말을 이 지인은 전하기도 했다.

2014년 5∼6월은 차 씨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기도 전으로 이미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했음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체부의 국장급 자리인 뉴욕문화원장과 파리문화원장에 광고계 인사가 임명된 것도 차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두 자리는 광고계 인사로 채워지기 전 공무원과 민간인이 함께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에서 민간인만 응시할 수 있는 경력 개방형 직위로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했다.

인사에서 차 씨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점은 이들뿐만 아니다. 차씨의 대학원 은사이자 그가 일했던 광고제작사 대표였던 김종덕 당시 홍익대 교수가 2014년 8월에 문체부 장관에 취임했고, 그해 11월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자리에 올랐다.

‘강제 모금’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의 초대 이사장은 차 씨의 은사인 김형수 교수였고 또한 초대 이사 5명은 차 씨의 지인들이었다.

송 전 원장 지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차 씨가 김종덕 전 장관을 비롯한 여러 인사에도 관여했을 수도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차 씨가 문체부 안팎에 포진한 자신의 이런 인맥을 동원해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그가 한국관광공사의 한식문화체험관 사업에 자신의 작품들이 사용할 수 있게 ‘콘셉트’를 바꾸고 관련 예산 20억원을 증원하는 과정에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등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차 씨 측이 인수를 추진하려 했던 중소 광고업체의 지분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데에 송 전 원장이 ‘해결사’로 나섰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광고사 강탈 시도’ 의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송 전 원장 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차 씨는 아울러 자신이 대표로 있거나 관련한 회사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금융개혁 캠페인 광고를 비롯한 정부 광고, KT와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광고를 쓸어담았다는 의심도 받는다.

문체부가 국민 생활체조로 ‘늘품체조’를 도입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동영상 제작을 하청받았다는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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