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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전태일’이 된 뮤지션들, 노래로 끌어안고 뜨겁게 연대하다

‘청년 전태일’이 된 뮤지션들, 노래로 끌어안고 뜨겁게 연대하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0-11-12 16:33
업데이트 2020-11-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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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 추모 창작곡, 민중가수·청년 작곡가 등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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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인근 평화시장 뒤로 해가 저물고 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인근 평화시장 뒤로 해가 저물고 있다. 연합뉴스
“전태일의 외침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래가 됐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청년 전태일이 자신을 불사른 지 50년이 지난 오늘. 가수 연영석, 작곡가 박은영, 노래패 꽃다지의 정윤경씨, 클래식 전공자인 강전일 작곡가가 각자의 개성을 녹여 곡을 만들었다.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가 유튜브 ‘전태일 티비’에 차례로 공개한 노래에서 이들은 그때의 청년 전태일로 돌아가기도 하고,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27년째 거리의 노동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연영석씨는 ‘11월 12일+1’에서 분신 전날 밤 스물두 살 전태일에 주목했다. “한국 사회에 너무나 상징적인 분이라 곡 작업이 어렵게 다가왔다”는 그는 “노동자들의 시민권이 열사의 요구만큼 확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 밤 어머니의 등을 보며 전태일의 심정이 어땠을까 떠올렸다”며 “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곡”이라고 덧붙였다.

전태일 50주기 추모 창작곡에 참여한 가수 연영석(왼쪽)과 노래패 꽃다지의 정윤경 작곡가.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제공
전태일 50주기 추모 창작곡에 참여한 가수 연영석(왼쪽)과 노래패 꽃다지의 정윤경 작곡가.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제공
특히 어린 노동자들이 여전히 값싼 노동으로 몰리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전태일도 그 시절 시다들에게 풀빵을 나눠주며 어린 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며 “노래를 통해 전 열사가 가졌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스물네 살 청년 작곡가는 전태일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강전일 작곡가의 ‘아직도 그댈 그리네’는 서정적인 장조에 블루스 등 대중 음악적 요소를 적극 가미했다. 기존 민중가요가 낯설다는 또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단조의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면서도 본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가사에 먼지 투성이, 작은 다락방, 어린 동심 등 특징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전태일을 접한 뒤 대학생 때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을 읽고 관심을 키웠다는 그는 전태일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결성된 이소선 합창단의 작·편곡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뜨겁게 사랑한 전태일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음악을 통해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꿈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태일 50주기 추모 창작곡에 참여한 작곡가 강전일(왼쪽)과 박은영.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제공
전태일 50주기 추모 창작곡에 참여한 작곡가 강전일(왼쪽)과 박은영.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제공
전태일이 청년들에게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미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될 20대가 전태일 정신을 본받아 더 나은 노동환경을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며 “대학생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열사의 바람을 지금의 20대가 연대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나아지지 않은 현실도 놓치지 않는다. ‘전태일다리에 서서’(박은영 작곡)에는 “스크린 도어 좁은 틈새에/쇠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저 용광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끌려 나는 매일 죽어간다”는 절규가 담겼다. 정윤경씨가 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은 “오늘도 일곱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만든/ 그런 무리들에게 철퇴를 내리지 않으며/ 감히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할 수 없지”라는 신랄한 비판을 보탠다.

기획에 참여한 꽃다지 민정연씨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면서 노동자의 삶과 사회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라며 “노래를 들으며 우리 주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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