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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같이 안 해본 연주자 많아도 한 번만 해 본 적 없다는 라시콥스키

한 번도 같이 안 해본 연주자 많아도 한 번만 해 본 적 없다는 라시콥스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1-05 16:38
업데이트 2021-01-0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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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클래식계 ‘반주왕’의 인기 비결은

코로나로 발 묶인 해외 연주자 빈자리
리사이틀·오케스트라 등 협연 휩쓸어
함께 무대 섰던 연주자들 반드시 찾아
“나는 영원한 학생… 모든 연주 안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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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많은 연주자들과 협연을 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성숙하게 만들며 발전해 가는 느낌이 좋다”면서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많은 연주자들과 협연을 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성숙하게 만들며 발전해 가는 느낌이 좋다”면서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잃은 지난해, 유독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주로 리사이틀 반주자로, 때로는 체임버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조심스럽게 열린 클래식 공연장 곳곳에서 그의 연주 소식이 들렸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이야기다.

지난해 라시콥스키는 클래식 공연계에서 ‘반주왕’으로 떠올랐다. 그가 이름을 올린 주요 무대만 해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독주회(5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11월), 첼리스트 이정란 독주회(12월) 등 다양하다. 7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다음달 25일 첼리스트 김민지와도 함께한다.

최근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에서 라시콥스키는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평균 매주 한 차례씩 공연을 가진 셈”이라면서 “그중 75%가 실내악 연주”라고 했다. 중간중간 녹음 작업도 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뛰어난 솔리스트가 다른 연주자의 반주를 이렇게 많이, 자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라시콥스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하마마츠 국제콩쿠르에서 2012년 1위를 하는 등 유수의 콩쿠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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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첼리스트 이정란과 브람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첼리스트 이정란과 브람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코로나19는 그의 무대를 넓혀줬다. 성신여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3월 이후 내내 국내에 머물렀고, 발이 묶인 해외 연주자들을 대신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 라시콥스키에게도 다른 연주자들과의 무대가 큰 의미가 있다. “솔로든,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이든, 모든 연주가 동등하게 좋고 나 자신을 영원한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음악들이 듀오나 앙상블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흔쾌히 받아들이죠.”

그가 여러 무대에서 소화한 레퍼토리의 폭도 매우 넓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는 시마노프스키, 버르토크, 메시앙 등을 만났고 소프라노 박혜상과의 무대에선 한국 가곡을 연주했다. ‘오마주 투 쇼팽’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임동민과 에튀드, 녹턴, 스케르초를 각각 선보인 것은 박혜상과의 공연 바로 이틀 뒤였다.

라시콥스키는 “어릴 때부터 레퍼토리 중독자였다”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는 게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인데, 솔로 연주만 하면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 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아마도 평균 ‘클래식 연주자’들에 비해 새로운 것을 더 반기는 것 같고, 특히 20세기 이후 음악을 더 열린 마음으로 접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와 한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은 다음 무대에서, 또는 몇 년 안에 다시 그를 찾는다. 류재준 작곡가는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하며 완벽하게 레퍼토리를 해석하는 데다 성실하고 시간 약속도 잘 지킨다”면서 “그와 한 번도 연주를 안 해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한 연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시콥스키는 “똑같은 작품도 연주자들의 캐릭터에 따라 다르게 연주하려고 하고, 특히 상대 연주자가 편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면서 “세계 공통언어인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거니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협업이 언제나 나에겐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는 그는 새해에도 매우 바쁘게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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