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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달라지는 얼굴, 빛으로 연기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얼굴, 빛으로 연기하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2-02-21 17:26
업데이트 2022-02-2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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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여성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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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이야기를 담는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감독이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화려한 뮤지컬 무대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박지환 기자
빛에 이야기를 담는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감독이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화려한 뮤지컬 무대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박지환 기자
“‘빛이 연기를 한다’는 그 댓글이 너무 감사했죠.”

국내 1세대 여성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51) 감독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상 깊게 본 관람평을 소개했다. 그가 조명 디자이너로 참여한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 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누적 관객 24만명을 동원하며 창작 뮤지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구윤영표 조명’은 환상적인 마법과 전설의 신비로움, 인물 간 극렬한 대결 구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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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풍족한 식량과 풍요로운 땅을 손에 넣고자 침략하는 색슨족의 모습. 잔인하고 야만적인 모습이 붉은색 조명 아래서 극렬하게 드러난다.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풍족한 식량과 풍요로운 땅을 손에 넣고자 침략하는 색슨족의 모습. 잔인하고 야만적인 모습이 붉은색 조명 아래서 극렬하게 드러난다.
EMK 제공
●뮤지컬 캐릭터 따라 달라지는 色

그는 “빛에도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하는데, 그중 하나가 캐릭터마다 색을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주인공 아더에게 빼앗긴 후계자 자리를 되찾으려고 복수를 노리는 악의 마법사 모르가나에게는 그린 블루, 오랜 세월 혼돈에 빠진 영국을 하나의 나라로 통일시키고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착한 마법사 멀린에게는 바이올렛 계열의 조명을 쓴다. 또 아더의 정의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라이트 블루와 화이트 조명을 쓰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색슨족을 표현할 때는 붉은색을 사용하는 식이다.

구 감독은 “색깔마다 가지고 있는 상징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내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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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더’가 정해진 운명이 이끄는 대로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앞에 서는 장면. 아더의 정의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라이트 블루, 화이트 조명이 쓰였다. EMK 제공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더’가 정해진 운명이 이끄는 대로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앞에 서는 장면. 아더의 정의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라이트 블루, 화이트 조명이 쓰였다.
EMK 제공
●‘빛 만들기’ 금녀의 영역에 도전

구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연극을 관람하다 무대 위 빛에 이끌려 조명실을 찾은 후 지금까지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200여편의 작품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조명 디자인을 담당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 온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조명을 공부하고 싶어 서울예술대(옛 서울예전)에 입학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자는 조명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심했다”며 “심지어 조명 디자인이 아니라 오퍼레이터로 일하러 가도 ‘나를 뭘로 보고 여자를 보내느냐’는 식의 대우와 싸워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늘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미국 뉴욕 ‘라 마마 씨어터’에서의 연수는 그를 바꿔 놓았다. 구 감독은 “원하는 빛을 만들기 위해 잠도 거의 못 자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일했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연출자가 ‘네가 지금 찾고 있는 빛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그 빛을 이미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안아 줬다. 그때 진정성 있게 일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이켰다.

●‘빛놀이 집단 광작소’ 후학 양성

그는 ‘빛놀이 집단 광작소’를 만들어 17여년간 후학 양성에 힘쓰는 등 무대 뒤 이야기를 더 많은 이와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소소살롱’의 호스트로 나와 일반 관객에게 무대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조명 일을 꿈꾸는 사람에게 다 같이 손잡고 어깨동무를 해야만 다리를 절지 않고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얘기한다”며 “저의 부족함을 상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고 소통이 온전한 무대를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2022-02-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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