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고독사’라는 어두운 주제 뮤지컬로 정면 돌파했죠

‘고독사’라는 어두운 주제 뮤지컬로 정면 돌파했죠

입력 2013-12-23 00:00
업데이트 2013-12-23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추민주 연출가·민찬홍 작곡가가 빚어낸 창작뮤지컬 ‘어차피 혼자’

무대에는 구청 사회복지과 공무원의 책상과 전화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무연고 사망자 담당 공무원인 40대 여성 독고정순은 홀로 죽어간 이들의 시신을 찾아갈 가족을 찾는 데 매달리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낙하산’ 직원 서산과 티격태격한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낭독공연 현장. 동화나 소설 속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이 뮤지컬에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할까 싶던 순간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들의 남모를 가족사와 상처가 하나둘씩 드러나던 대목에서였다.
이미지 확대
추민주(왼쪽) 작가 겸 연출과 민찬홍 (오른쪽)작곡가.
추민주(왼쪽) 작가 겸 연출과 민찬홍 (오른쪽)작곡가.


‘어차피 혼자’는 2005년 초연 후 ‘힐링 뮤지컬’로 장수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작가 겸 연출과 민찬홍 작곡가가 또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빨래’는 이들에게 각종 뮤지컬 시상식의 작사·작곡과 극본상을 안겼다. ‘빨래’를 통해 달동네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었던 이들은 ‘어차피 혼자’에서 ‘고독사’라는 어두운 주제를 정면으로 조명했다.

추민주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어요.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사회적 조건은 좋지 않고, 저 역시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보장된 미래가 없거든요.

민찬홍 지난봄, 추 작가가 저에게 ‘고독사’라는 주제를 제안했을 때는 이를 뮤지컬이라는 양식으로 담아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참신한 주제라서 끌렸어요. 제가 오히려 “이거로 하자”고 강하게 추천했죠.
이미지 확대
낭독 공연으로 관객에게 먼저 선보인 창작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고독사’라는 사회문제를 통해 홀로 사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CJ문화재단 제공
낭독 공연으로 관객에게 먼저 선보인 창작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고독사’라는 사회문제를 통해 홀로 사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CJ문화재단 제공


시청, 구청의 홈페이지에서 무연고 사망자 공고문을 찾아봤어요. 공고문의 설명 한두 줄에서 행간을 읽어가기 시작했죠. 또 구청의 무연고 사망 담당자들을 인터뷰했어요. 감정을 절제하고 일하시는 분, 눈물이 많으신 분…. 많은 이야기 속에서 ‘독고정순’이라는 인물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또 ‘찾아갈 사람이 있지만 찾아가지 않는다’, ‘찾아가지 않는 이유는 개인사지만 그 개인사를 만드는 건 사회다’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음악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리듬, 색다른 소리를 많이 차용해 아기자기하고 밝게 풀어가려고 했습니다. 어두운 소재지만 대본을 보면 밝은 면도 많거든요.

낭독 공연으로 본 ‘어차피 혼자’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묵직했다. 가난과 외로움, 삶과 죽음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뮤지컬에서 기대하기 마련인 판타지와 로맨스, 코믹의 요소들을 보란 듯 모두 비켜간다.

어두운 부분을 피해갈 생각은 없어요. ‘정면 돌파’도 필요하죠. 젊은 관객들이 피하고 싶은 주제를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 위에서 “이 주제가 괜찮을까?” 하고 고민하진 않았어요. 좋은 작품은 관객이 자기 삶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에겐 판타지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주제도 생각해야 해요. 뮤지컬은 이야기를 정서적으로 전달합니다. 무거운 주제도 뮤지컬을 통해서라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사실 ‘빨래’에서처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넣고 싶었는데 이번 낭독공연을 준비하면서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본 공연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젊은 관객들과의 접점을 찾고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버무려낼 계획이다. 여러 인물들이 함께 부르는 극적인 곡들도 추가된다. 보다 밝고 유쾌해진 ‘어차피 혼자’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작가와 작곡가가 부부라면 저희는 ‘10년차 부부’랄까요?(웃음) 곡을 쓸 시간을 충분히 못 줬는데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신뢰해 준 민 작곡가는 저와 썩 괜찮은 파트너입니다.

저는 극이 나오면 음악을 붙이지만, 극을 만드는 건 추 작가의 외로운 작업입니다. 험난했을 텐데 큰 고비를 잘 넘겨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12-23 2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