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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옛것에 덤덤함 더하니 은은한 새것이

수수한 옛것에 덤덤함 더하니 은은한 새것이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4-13 18:12
업데이트 2015-04-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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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예의 법고창신 2015’展 디자인 본고장 밀라노 사로잡다

우리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과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디자인의 본고장 밀라노에서 빛을 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하는 ‘한국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 2015’ 전시회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서 14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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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밀라노 지상전시회
한눈에 보는 밀라노 지상전시회 ① 세계 최고의 디자인 경연장인 밀라노 디자인위크에 맞춰 14일부터 19일 열리는 ‘한국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 2015’ 전시회장. 이탈리아 최초의 디자인 전문 전시관인 트리엔날레의 2층에 마련된 187㎡ 규모의 전시공간에 방패연으로 천장 장식을 해 ‘수수 덤덤 은은’의 주제를 살렸다.

② 이수종 작품 철화분청. 투박하고 순수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던 철화분청사기를 독특한 조형언어로 거침없이 표현해 냈다.

③ 최상훈 나전모란당초문합. 나전칠기장 민종태 선생으로부터 나전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전수받은 나전장의 섬세한 솜씨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④ 이경노 은입사 화로. 고려시대 공예기술의 정수로 꼽히는 은입사기법은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다. 정으로 수만번 이상 쪼고 은사를 박아 만든 화로에서 장인의 손맛이 우러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에는 ‘수수, 덤덤, 은은’이라는 주제로 한국 전통 공예의 문화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192점(6개 분야, 공예장인 23인의 작품)이 출품됐다. 공식 개막에 하루 앞서 13일 오후 열린 언론 공개설명회에서 현지 언론인들과 비평가들은 조용하고 기품 있는 한국의 독특한 전통 미감과 다양한 기법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린 작품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올해로 세 번째 전시… 공예장인 23인의 192점 선보여

디자인 평론가 비페 피네시는 전시도록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오랜 시간에 거쳐 축적된 재질에 대한 완벽한 이해, 수공예 과정에 대한 높은 완성도를 통해 과거의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추출해 냈다”며 “전통이야말로 풍요로운 내일을 밝힐 등불이 된다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 준다”고 평했다.

최정철 KCDF 원장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공예에 담긴 꾸밈없이 소박한 자연미와 절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이게 돼 자랑스럽다”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작품들을 통해 세계인이 공감하고 아끼는 한국 디자인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박여숙 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이번 전시가 우리 공예문화와 장인, 작가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아가 국제무대 진출을 도울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화려하지 않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한국의 미, 꾸밈이 없이 소박한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정신성,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적 기법에서 현재를 표현하고 미래를 제시하고자 노력한 장인과 작가들의 시간과 기다림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최초의 디자인 전문 전시관인 트리엔날레의 2층에 마련된 187㎡ 규모의 전시공간은 한지로 만든 방패연을 이용한 천장 장식으로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연 소재의 물성을 살리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 전통 공예의 철학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공간을 풍성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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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밀라노 지상전시회
한눈에 보는 밀라노 지상전시회 ⑤ 박상용 덤벙분청대호와 김창덕의 윤회매(輪廻梅). 김창덕 작가는 조선 정조 때의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가 만들었던 밀랍 매화꽃 ‘윤회매’를 고증을 거쳐 재현하고 자신만의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유약에 덤벙 담가 표현해 내는 은은한 덤벙분청 항아리와 멋지게 어울린다.

⑥ 안시성 작가의 옹기 사각병. 전라도 지역 옹기의 맥을 이어 오는 안시성 작가는 자연스럽고 전통적인 미감을 바탕으로 새롭고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조형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⑦ 김설 작품 붉은 건칠기 오브제.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형체와 맑고 투명한 색채가 두드러지는 붉은 칠기를 거친 질감의 나뭇가지에 올려놓아 극명한 대비를 줌으로써 현대적 조형미를 부각시켰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과거를 통해 새로움 추출… 전통은 내일 밝힐 등불” 극찬

금속공예 분야에는 이용구 장인의 주전자와 노구솥, 김수영 장인의 안성유기, 전통 공예의 현대화를 도와주는 ‘예올 프로젝트’를 통해 조기상 디자이너와 김수영 장인이 협업한 옻칠유기, 이경노 장인의 은입사화로와 사각합이 출품됐다. 도자공예 분야에서는 도예가 박성욱의 덤벙분청입호와 탑들, 백자도판에 조선의 명품 청화백자와 철화백자를 평면화해 작가 고유의 기법으로 제작한 이승희의 도판작업이 선보였다. 이수종의 철화분청 항아리들, 이세용의 백자 이중합, 노경조의 분청귀얄합 등 중견 도예가들도 합류했다. 옹기장 이현배의 키다리 곤쟁이 항아리, 옹기장 안시성의 사각병 등이 질박한 아름다움을 추가했다.

지공예 분야에서는 이영순 작가의 지승항아리와 오제환 연장의 방패연을 통해 우리나라 천연 소재인 한지가 갖는 아름다운 물성을 보여 준다. 섬유 분야에서 김현희·이소라 작가의 조각보와 누비장 김해자의 복식을 통해 수수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죽공예 분야에선 염장 조대용의 대나무발이 선보였다. 칠공예 분야에서는 김설 작가의 건칠그릇, 양유전 장인의 채화칠 발우, 최영근 작가의 칠화, 정상길 작가가 뼈대를 깎고 박강용 장인이 칠을 입힌 발우, 최상훈 장인의 나전합 등이 소개됐다. 14일 오후 개막식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창회 작가는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가 밀랍으로 매화꽃을 만들어 다기 옆에 놓고 감상했던 윤회매를 고증을 통해 재현해 출품했다.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밀라노 디자인위크는 54회를 맞는 밀라노가구박람회를 중심으로 밀라노 전역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경연장이다. 가구 외에 패션, 전자, 자동차, 통신 등과 관련된 세계적 기업과 각국 전시관이 운영되며 한국은 디자인위크 기간에 맞춰 한국 전통 공예의 문화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조명하고 미래를 찾는다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으로 열어 유럽 디자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왔다.

밀라노(이탈리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4-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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