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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모두의 자유가 아니다… 팬데믹이 남긴 메시지

이동은 모두의 자유가 아니다… 팬데믹이 남긴 메시지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4-12 18:08
업데이트 2022-04-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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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유: 당신의 방향’ 기획전

코로나 탓 이동 개념 변화 추적
무착륙 항공·기후 난민 등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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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이동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사진은은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 아르코미술관 제공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이동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사진은은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
아르코미술관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임도 집회도 금지된 2020년,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모두가 화합하는 의미의 퀴어 문화축제를 개최할 수 없게 되자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고, 해시태그를 달아 행진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는 슬로건 아래 머리도, 옷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온라인 광장에 길게 늘어섰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코로나 이후 변화한 이동의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유 모빌리티’ 같은 개념도 새로 생겼지만, 8명(팀)의 작가들은 이동의 개념이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더 집중한다.

여기서 이동은 물리적 움직임은 물론 데이터 등 정보의 이동도 포함한다.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는 팬데믹 때 항공사들이 내놓은 무착륙 비행 상품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비행기 경로 추적 앱을 보다가 어디서도 멈추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놀이기구를 떠올렸다.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거대한 시스템이 무섭게 다가온다.

송예환 작가는 폼보드와 레일 위에 빔 프로젝터를 비춘 작품 ‘월드 와이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계속 반복되는 알고리즘을 형상화했다. 레일 위에선 마우스가 끝없이 움직이는데, 필터버블에 갇혀 편향된 정보만 수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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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이동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사진은은 오주영 작가의 ‘구름의 영역’. 아르코미술관 제공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이동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사진은은 오주영 작가의 ‘구름의 영역’.
아르코미술관 제공
오주영 작가의 ‘구름의 영역’은 미래 이동 기술이 생명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상상한 아케이드 PC게임이다. 뜨거워진 대기로 상공 도시에 살아야 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생존 관계를 다뤘는데, 전시장에 설치된 게임기 3대를 직접 조작해 볼 수도 있다.

그 외 냄새의 이동 경로를 통해 계급 격차를 다루거나(김재민이),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에서 재개발 앞둔 부지로 전락한 장한평 풍경을 담은 모습(송주원)은 의미심장하다. 언제든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배송 시스템(김익현)이나 서빙 로봇을 통해 노동의 주체가 삭제되는 구조를 드러낸 작품(유아연)은 신선한 충격과 묵직한 경각심을 안긴다. 이동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자유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오는 24일까지.

김정화 기자
2022-04-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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