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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뒤 고난 또 고난, 하지만 난 나답게 ‘고’ [영화 프리뷰]

고난 뒤 고난 또 고난, 하지만 난 나답게 ‘고’ [영화 프리뷰]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3-06-13 02:45
업데이트 2023-06-13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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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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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경기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도, 세컨드의 다급한 지시도, 심판의 판정 소리도 링에 선 케이코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묵묵하게 발을 내디딜 뿐이다.

14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태어날 때부터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젊은 여성 복서 케이코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그는 고교 때 말썽을 부리기도 했지만, 복싱을 만나고부터 정직하고 성실하게 실력을 쌓아왔다. 매일 새벽 일어나 10㎞ 달리기를 하고, 호텔 청소 일을 하면서도 체육관에서 하루 몇 시간씩 연습을 거듭해 2년 만에 프로 복서가 됐다. 어머니의 걱정에도 케이코는 매일 훈련일지를 기록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그러나 체육관은 재개발에 밀려 곧 문을 닫게 되고, 그에게 복싱을 가르쳐준 체육관 회장도 쓰러진다.

영화는 일본 권투선수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주연을 맡은 키시이 유키노는 케이코 역을 소화하고자 복싱과 수어를 배워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복서에 어울리는 근육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까지 매일 7시간씩 운동을 하고, 청각장애인연맹에서 정식으로 수어를 배웠다. 그런 노력에다 연기에 대한 배우의 애정이 덧붙여지면서 혼란과 고민 속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표현해 낸다.

키시이는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케이코에게 복싱밖에 없었다면, 내겐 영화밖에 없었다. 영화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는 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복서의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케이코라는 인물이 내 안에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 속에서는 전율이 일 정도로 배우의 투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제96회 키네마 준보 베스트10 1위인 ‘일본 영화 대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키시이는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20)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던 미야케 쇼 감독은 이번 영화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그는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복싱을 소재로 했지만 복싱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링 위에서도, 밖에서도 하루하루 싸워나가는 한 사람을 다뤘다”며 “크고 작은 고난을 극복하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케이코의 모습을 전 세계 많은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99분. 전체 관람가.
김기중 기자
2023-06-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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