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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착하기만 해야 하나… 욕망 담아낸 ‘틴에이지 딕’

장애인은 착하기만 해야 하나… 욕망 담아낸 ‘틴에이지 딕’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1-08 20:00
업데이트 2022-11-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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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각색
장애 때문에 괴롭힘당한 학생
학생회장에 도전하는 이야기
착한 장애인·극복 서사 탈피
“장애인의 욕망 구현이 큰 목표”
수어통역 등 ‘무장애 공연’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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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가진 장애인 리처드를 맡은 하지성은 “리처드 같은 큰 배역에 도전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됐다”면서 “이 작품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이 가진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니 그런 점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욕망을 가진 장애인 리처드를 맡은 하지성은 “리처드 같은 큰 배역에 도전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됐다”면서 “이 작품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이 가진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니 그런 점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장애인을 순수하고 욕심 없는 미소를 띤 사람의 모습으로 떠올릴 뿐이라면 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장애인이 욕망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사랑에 대한 열망과 권력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연극 ‘틴에이지 딕’은 보여 준다.

국립극장이 오는 17~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틴에이지 딕’은 극작가 마이크 루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각색한 작품이다. 장애에 대한 열등감을 권력욕으로 채우려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가 ‘틴에이지 딕’에서는 미국 어느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에 도전하는 리처드로 변주됐다. 루는 작품 서두에 “리처드와 벅 역에는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리처드를 맡은 하지성(31), 벅을 맡은 조우리(39) 모두 뇌병변 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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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틴에이지 딕’의 연출가 신재훈(가운데)과 두 배우 하지성(왼쪽)·조우리(오른쪽)가 지난 3일 국립극장에서 연습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연극 ‘틴에이지 딕’의 연출가 신재훈(가운데)과 두 배우 하지성(왼쪽)·조우리(오른쪽)가 지난 3일 국립극장에서 연습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지난 3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미 연극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하지성은 “리처드를 연기하면서 선거에 나간다는 욕망이나 사랑할 수 있다는 욕구가 뭔지 느끼고 있다”면서 “사랑하고 싶은 마음,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저와 같다”며 웃었다. 조우리는 “제 장애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수긍한 편인데 벅 역시 그렇다”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상처도 많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점이 벅과 닮았다”고 말했다.

리처드는 장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고 복수를 위해 학생회장을 꿈꾼다. 극은 약자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는 뻔한 서사로 흐르지 않는다. 리처드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갖가지 음모를 꾸미고, 자신이 가장 순수하게 마음을 쓴 사랑 앞에서도 갈등한다. 하지성은 “리처드가 가진 생각이나 혼란함, 복합적인 감정을 알아 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입체적인 인간으로 표현되는 장애인을 통해 그들 역시 복잡한 마음을 지닌 인간임을 새삼 이해하게 한다. 신재훈 연출은 “많은 장애인 캐릭터가 장애를 한계로 인식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서사를 담고 있고, 장애인은 좋은 사람이고 선하다고 주장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며 “장애인 리처드가 극에서 욕망 덩어리로 그려지는데, 그것을 우리 무대 안에서 잘 구현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수어 통역, 음성 해설, 문자 통역 등이 준비된 ‘무장애 공연’이다.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장애인 배우들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그 과정이 보통의 연극보다 더디다. 그만큼 촘촘하게 준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 연출은 “즐거운 코미디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감각으로 무대가 펼쳐지는 것을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우리는 “배우든 관객이든 불편함을 못 느끼면서 관객은 공연을 보고 배우는 공연을 하는 게 무장애 공연”이라며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여 연극을 했다는 사실보다 ‘리처드 3세’를 각색한 공연을 우리나라에서 초연한다는 타이틀이 더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류재민 기자
2022-11-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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