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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궁중잔치… 대한제국의 초대

마지막 궁중잔치… 대한제국의 초대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2-18 17:22
업데이트 2022-12-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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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임인진연’

120년 전 전염병 등 두 번 연기
올해도 코로나·폭우로 미뤄져
“기묘한 우연… 최고 예술가 모여”
엄격한 고증 거쳐 100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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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임인진연’(壬寅進宴) 중 화려한 채색과 춤사위로 꾸민 ‘선유락’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120년 전 자주 국가를 염원하며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올린 ‘임인진연’을 공연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임인진연’(壬寅進宴) 중 화려한 채색과 춤사위로 꾸민 ‘선유락’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120년 전 자주 국가를 염원하며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올린 ‘임인진연’을 공연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1902년 12월 3일 오전 9시 정각. 경운궁(현 덕수궁) 중화전 마당에 고종이 어좌에 올라 전정(殿庭)을 내려다본다. 신하 360명, 내빈 33명, 악공 106명, 정대무동 188명 등 수백 명이 황제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움직인다.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壬寅進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국립국악원이 2022년 임인년 끝자락에 120년 전의 ‘임인진연’을 무대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선보인다. 궁궐 마당은 실내 공연장으로, 종일 하던 공연은 100분짜리로 바뀌었지만 고종의 시간을 오늘날의 관객도 고스란히 즐길 수 있게 재현했다. 행사의 상세 내용이 담긴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고증을 거쳤다.

‘임인진연’을 제대로 보려면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열강들의 위협 속에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다. 황태자는 황제의 즉위 40주년과 망륙(51세)을 기념해 진연 개최를 요청했고, 고종은 계속 거절하다가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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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운(왼쪽) 국립국악원장과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120년 만에 무대화한 ‘임인진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김영운(왼쪽) 국립국악원장과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120년 만에 무대화한 ‘임인진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나라가 어려운 와중에 무슨 잔치인가 싶지만 진연은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이는 중요한 행사였다. 근대 문명국의 일원으로서 자주국가의 자격을 갖췄음을 알리고 나라를 지키려는 외교의 수단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그해 봄부터 이상저온이 지속되더니 콜레라까지 유행하면서 11개국 특사가 참석하기로 했던 국제 행사는 연기하고 국내 행사인 진연만 진행하게 됐다. 이마저도 행사를 위해 신축을 추진한 중화전 완공이 지연돼 결국 12월 3일에 열게 된 것이다.

올해도 상황이 비슷했다. 지난 3월에 하려다가 코로나19로 8월로 미뤄졌는데 공연 직전 폭우로 국립국악원 시설 일부가 침수돼 12월로 또 연기됐다. 연출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120년 전에도 임인진연이 두 번 연기됐다가 12월에 진행됐다”면서 “이번에도 역병과 시설 문제로 두 번 연기돼 참으로 기묘한 우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림 속 인물들이 화려한 궁중의상을 입고 무대를 재현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객들은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볼 수 있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이 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꾸민 훌륭하고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오늘날 국민 모두 보고 즐기는 무대공연용 작품으로 재창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가능하면 내년에라도 다시 무대에 올려 더 많은 분이 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2022-12-1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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