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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 잔] ‘김옥균,… ’ 펴낸 박은숙 씨

[저자와 차 한 잔] ‘김옥균,… ’ 펴낸 박은숙 씨

입력 2011-06-11 00:00
업데이트 201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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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모르는 오늘… 김옥균 재조명

‘1892년 2월 22일(양 3월 28일) 오후 4시경. 중국 상하이 미국 조계(租界) 지내 일본인 호텔 동화양행. 한복을 차려 입은 조선인 자객 홍종우의 권총이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읽고 있는 김옥균을 향해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알은 머리와 몸통을 꿰뚫었고 김옥균은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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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작가
박은숙 작가
이 장면은 김옥균의 죽음을 둘러싼 상징적 기호들로 가득하다. 중국, 미국 조계, 일본, 조선, 한복, 홍종우, 자치통감…. 김옥균의 죽음은 이러한 상징적 기호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짜인 국제적 타살이었다.

신간 ‘김옥균, 역사의 혁명가 시대의 이단아’(너머북스 펴냄). 첫 대목부터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저자 박은숙(55)씨는 이 책을 통해 김옥균의 뒤에는 유교 국가 조선이 있었고 앞에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세계가 있었다는 시대 변화를 중요한 배경으로 삼아 인간 김옥균을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풍운아 이미지로 굳어진 채 애국과 매국 양 극단의 평가를 받아 온 김옥균에 대한 인간적 시선 또한 새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오늘, 김옥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지면서 역사 인식의 허점이 어떠한지를 보여 주려 애쓰고 있다.

지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자를 만났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분과 직업적 변화, 갑신정변과 역사의 저 편에 묻혀 버린 행동대원들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김옥균에 대해 느낀 점이 많았다.”면서 “어떤 시대, 전환기에 왔을 때 김옥균은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부분에서 배울 점을 많이 던져 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갑신정변 때 김옥균 휘하의 행동대원들은 모두 200여명이며 암호는 하늘을 뜻하는 ‘천(天)’이었다.

“김옥균은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려 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는 점도 특장입니다. 넓은 도량과 포용력, 유창한 언변, 강렬한 카리스마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김옥균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했다. 그의 무덤이 될 상하이행을 만류하는 지인들에게 ‘인간만사 운명’이라는 말로 ‘죽을 때’를 암시했다는 것. 결국 김옥균은 조선의 독립과 개화라는 너무나 무겁고 혹독한 숙명의 굴레 앞에서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김옥균의 파란만장한 인생 골목골목에 밴 절망과 아픔, 고뇌가 느껴져 무심하게 글을 엮어 나가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정읍 출생으로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원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갑신정변 연구’(역사비평사, 2005), ‘시장의 역사’(역사비평사, 2008), ‘한국노동운동사’(지식마당, 2004, 공저) 등 다수가 있다.

글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1-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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