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모던 싱글걸’ 헵번의 성적 코드와 떨림 이야기

‘모던 싱글걸’ 헵번의 성적 코드와 떨림 이야기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오드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샘 왓슨 지음 노지양 옮김 이봄 펴냄

창문에 앉아 고운 소프라노로 ‘문 리버’를 부르거나 티파니 보석상점 앞에서 무심하게 페이스트리를 먹는 ‘리틀 블랙 드레스’의 여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그저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에게서 성(性)적 코드를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 헵번이 남긴 것은 그뿐일까. ‘오드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샘 왓슨 지음, 노지양 옮김, 이봄 펴냄)은 영화 속 콜걸 역을 맡았던 헵번에게서 최초의 ‘모던 싱글걸’ 캐릭터를 발굴해낸다.

이미지 확대
26편의 작품을 통해 맑고 순수한 여성의 아이콘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은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맡은 배역은 의외로 콜걸이었다. 당시 헵번도 출연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6편의 작품을 통해 맑고 순수한 여성의 아이콘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은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맡은 배역은 의외로 콜걸이었다. 당시 헵번도 출연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미국 최초 모던 싱글걸 캐릭터 발굴

저자는 2년여에 걸쳐 당시 영화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영화 자료실을 뒤져 수많은 자료를 찾아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영화 ‘티파니’가 미국 할리우드의 여성 묘사 방식, 더 나아가 사회 물밑에서 진행되던 성 역할의 변화를 수면 위로 끄집어 낸 일대 사건이었다고 평가한다.

영화가 만들어진 1950년대 말은 ‘독신 여성의 삶은 천박하고 저속한 것’이란 인식이 지배하던 시기다. 착한 여자들은 싱글의 자의식을 느끼기도 전에 결혼에 골인해야 완성된 인생을 보장받았다. 그러니 ‘그(티파니…) 영화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올해 최악의 영화다. 창녀가 돈 많은 여자에게 붙어 사는 남자에게 안길 뿐만 아니라 도둑질을 무슨 장난으로 안다. 십대들이 따라 할까 겁난다.’라는 영화평이 무게를 얻는 게 당연했다.

●1950년대 말 은밀한 性혁명 기폭제 역할

하지만 당시 성 혁명은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책은 영화가 이 은밀한 모반의 기폭제였고, 도화선 역할을 한 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헵번이었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현대 독신 여성들이 꿈꾸는 ‘감각적인 스타일에 이기적인 생활 양식을 가진, 그러면서도 결국은 사랑스러운 여자’ 이미지의 원형을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뒤편에서 찾고 있다.

책은 ‘티파니’ 제작 이면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지만 단지 흥미 위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유명인의 이름값에 기대는 얄팍한 책은 아니란 얘기다. 그보다는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 ‘혼자 사는 여자 캐릭터’를 처음 등장시켰으면서도 반발이 아닌 여자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던 이유에 주목한 가벼운 역사책 정도로 보는 게 맞겠다.

●영화 촬영 현장·뒷얘기 세밀하게 묘사

책은 ‘티파니’ 촬영 현장이 주무대다. 당시의 하루하루를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세밀하게 묘사했다. 무명 배우였던 헵번이 프랑스 소설가 콜레트에게 발탁된 뒤 연극 ‘지지’를 통해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티파니’의 원작자 트루먼 커포티와 당시 사교계를 주름잡던 여자들 이야기, 헵번과 지방시의 운명적인 만남, 사랑스럽고 조신한 여자 이미지였던 헵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 출연 결정을 두고 고민한 이야기, 원작자는 사실 헵번이 아닌 메릴린 먼로를 원했다는 뒷이야기 등도 낱낱이 공개된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1-09-17 19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