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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저작권 보호 누구를 위한것인가

디지털 저작권 보호 누구를 위한것인가

입력 2012-02-18 00:00
업데이트 2012-02-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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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의 미래 】로런스 레시그 지음 민음사 펴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내보자. 음주운전이나 사고, 법규 위반 경력을 반영해 진입할 수 있는 도로를 제한하는 것이다. 가령 우수한 운전자는 아우토반 수준의 도로에서 질주하는 것을 허용하고, 가장 위험한 운전자는 동네 뒷길로만 다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단호한 반박은 이렇다. “도로 진·출입로마다 어떻게 통제할 것이며, 그런 불이익이 과연 처벌 수준으로 적절한가.” 그럼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인터넷시대에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뛰는 전문 변호사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처벌 수준으로 적정한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도로와 달리 인터넷망은 기술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데서 나온다.

‘아이디어의 미래’(로런스 레시그 지음, 이원기 옮김, 민음사 펴냄)는 미국에서 2001년 발간된 책이다. 정보기술(IT) 변화 속도를 생각해보면 번역이 늦은 감이 있다. 사례로 든 것 가운데 옛날이야기인 것이 많다. 해서 번역본이되 원서에 없는 각주를 많이 달았다.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덕도 있다. 저자는 ‘코드 2.0’(나남 펴냄)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법학자다. 법학자이다 보니 기술의 응용 가능성보다 가장 뿌리가 되는 법적 원칙에 대해 말한다. IT기술이 워낙 급격하게 변해 자칫 흐름을 놓치기 십상인데 이 복잡한 판을 일관된 원칙에 따라 조망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의 본성을 보라고 주문한다. 원래 네트워크는 컴퓨터 간 상호 의사소통, 그러니까 대용량 정보를 편리하게 주고받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래서 제시된 원칙이 1981년 일군의 네트워크 설계자 집단들이 제시한 ‘E2E’다. ‘말단에서 말단까지’(End to End)다. 즉 “네트워크의 지능 부분을 단말에 두고 네트워크 자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유지”하는 것이어야 하고 따라서 “스마트 네트워크가 아니라 스튜피드(Stupid)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스마트TV를 두고 삼성전자와 KT가 충돌한 망중립성 논쟁에 비춰 음미해볼 대목이다.

이 원칙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대체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몰라서였다.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네트워크가 어떻게 사용될지 사전에 파악할 방도가 없었고, 가능한 한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게 혁신의 엔진이 됐다. 어찌 될지 몰라 그냥 놔뒀더니 정말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나온 것이다.

그러나 기술 발달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통제 가능성이다. 명분은 저작권 보호다. 아니 저작권 보호를 가장한 기업 이익 보장이다. 이는 저자가 1부 제목을 ‘닷컴’(Dot.com)이 아니라 ‘닷커먼스’(Dot.commons)라 붙인 데서 잘 드러난다. 저작권 보호를 핑계 삼아 네트워크에 지능을 부여한다면, 곧 콘텐츠에 대한 통제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닷컴, 즉 컴퍼니(Company)의 먹잇감으로 네트워크를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원래 소통과 호환성을 위한 공간인 만큼 닷커먼스, 즉 공유재(Commons)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해법이 궁금하다면 14장 ‘알트커먼스’(Alt.Commons)를 참고할 만하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2-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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