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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 잔] 산행기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김별아 작가

[저자와 차 한 잔] 산행기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김별아 작가

입력 2012-06-09 00:00
업데이트 201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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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산꾼, 고운 글에 백두대간 담다

나와 내가 다르지 않고

내 어리석음이 네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으며,

내가 흔들리고 젖으면서도 희망의 불을 지피듯

너 역시 비바람 속에서도 줄기를 곧게 세우고

따뜻한 꽃잎을 피울 수 있으리라고



- 흔들리며 가는 삶 中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와 산행(山行), 그것도 백두대간 완주라니.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신선한 조합일 수 있겠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해냄 펴냄)는 부제-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에세이-에서 알 수 있듯 김별아의 산행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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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별아가 2년간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던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아들에게 추억을 유산으로 남겨주자고, 바닥을 친 ‘내’가 다시 올라서자고, 혹은 대관령으로 상징되는 ‘벽’을 넘자고 백두대간을 탔다고 한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작가 김별아가 2년간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던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아들에게 추억을 유산으로 남겨주자고, 바닥을 친 ‘내’가 다시 올라서자고, 혹은 대관령으로 상징되는 ‘벽’을 넘자고 백두대간을 탔다고 한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김별아(43)란 작가가 언제부터 산을 탔나. 책을 들추니 2010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근 2년 백두대간을 다녔다. 그 전반부를 지난해 5월 에세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묶었다. 이번에 나온 건 후반부를 엮은 2편 격이자 완결편.

백두대간 남쪽을 39개 구간으로 쪼개서 밟았던 산길의 자취를 미세하고 고운 언어로, 잘 다듬었다. 튀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깊은 향기를 오래 남기는 정갈한 음식을 대하는 느낌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이런저런 ‘백두대간 정복기’를 염두에 두고 산행의 힌트라도 얻으려 한다면 손에 들지 않는 편이 좋다. 김별아의 표현대로 ‘왕초보’ 산꾼의 산행기이기도 하지만, 감성 풍부한 20~30대를 거쳐 마흔한둘(산행을 했을 당시)의 인생 행로를 750㎞ 산행과 중첩시키면서 과거와 현재의 잔상과 현실을 솜씨 좋게 촘촘하게 짜넣은 웰메이드 인생 에세이여서다.

“제 밑바닥을 드러내 보인 전편이 늘 스스로를 달달 볶거나 불안에 떨었던 산행을 담았다면 이번 것(‘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은 종주가 절반을 지나 편안하게 써서 그런지 공감의 폭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네 뒷산도 오르지 않아 스스로를 ‘평지형 인간’이라던 김별아가 마흔이 넘어 백두대간 종주를 선언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금껏 꺼리던 일과 정면으로 맞서보고 싶다는 것, 아들과 함께 산행하며 돈보다 값진 추억을 물려주고 싶다는 것, 내 운명의 삶터를 내 발로 밟아보고 싶다는 것 등이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강릉(김별아의 고향)이란 곳은 대관령에 가로막혀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곳이에요. 1987년 작은 도시들마저 들썩일 때도 우리 동네는 평화 그 자체였어요. 역사가 소문이었죠. 우리는 변방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해서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기도 한) 저 ‘령’(嶺)을 넘자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는 국립공원 소백산을 오르면서는 ‘행복’을 화두로 삼는다. “사람들은 대개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라는 사실에 몰두해 그것을 찾으려 풀숲을 뒤지지만, 그보다 한 잎이 더 적은 평범한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에세이 곳곳에 범상치 않은 이런 성찰을 만날 수 있어 덤을 얻는 기분이 든다.

어쨌건 김별아는 독하디독한 산꾼이 다 됐다. “백두대간 종주팀 50가족 111명, 그 중 우리끼리 ‘리얼 오리지널 개근 완주’라고 부르는 39차(에 걸친 산행) 완전 출석 완주자는 대장인 우린 아빠와 중 2 지혜와 아들 혜준이와 나, 4명뿐이다.”라고 했듯 한번도 빠지지 않고 20개월을 백두대간 완주에 꼬박 바쳤으니.

“백두대간 종주를 두 번 하라면 안 할 겁니다. 세상에 좋은 산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으니까요.”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2012-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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