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저자와의 차 한잔] 9세 때 渡美 후 귀국까지 5849일의 기록 ‘쉼표’ 펴낸 김성한 씨

[저자와의 차 한잔] 9세 때 渡美 후 귀국까지 5849일의 기록 ‘쉼표’ 펴낸 김성한 씨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생의 쉼표는 삶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하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유학시절의 삶을 솔직하게 기록한 ‘쉼표’를 펴낸 김성한씨. 진정한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바로 쉼표를 찍으라고 말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유학시절의 삶을 솔직하게 기록한 ‘쉼표’를 펴낸 김성한씨. 진정한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바로 쉼표를 찍으라고 말한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이스트우즈 스쿨 수석 졸업, 미국 최고 명문 보딩스쿨 5곳 동시 합격, 부시 대통령 부자를 배출한 필립스 아카데미 졸업, 미국 최상위 명문대에 복수 스카우트된 뒤 영국 LSE 금융학과 합격, 최근 네 명의 프랑스 대통령을 모두 배출한 파리정치학교 시앙스포 졸업….

IQ 154의 유학파 청년 김성한(26)씨가 보유한 스펙은 얼핏 봐도 휘황찬란하다. 그 이력대로라면 앞길이 창창하게 열려 있을 것 같은 글로벌 인재이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뼈를 깎는 고통의 나날을 살았던 그가 늘 마음에 담았던 모토는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가 ‘쉼표를 찍으라’고 절절하게 외치는 이유는 뭘까.

9살 때 처음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때부터 극도의 공황장애와 턱관절장애로 한국에 돌아와 쉬는 최근까지, 5849일간의 여정을 가감 없이 기록한 책 ‘쉼표’(넥서스북스 펴냄) 출간에 맞춰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김성한씨.

‘요즘 아픈 몸은 좀 어떠냐’는 물음에 “너무 아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과 시도를 여러 번 했는데 책 원고를 쓰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몸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물만 마셔도 체하고 자주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때때로 얼굴과 온몸이 마비되는 고통이 너무 힘들었단다. 그러던 중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자료 보따리를 챙겨 출판사를 찾아 책을 내자고 제의해 나온 게 ‘쉼표’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거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요. 그저 쫓기듯 휘둘려 살아갈 게 아니라 정말 무엇을 위한 지금인지를 챙겨본다면 훨씬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유학시절 어느 학교에서든 최상위의 성적을 놓치지 않았다는 김씨는 공부 말고도 빼어난 운동 실력과 악기 연주, 창업으로 늘 주위를 놀라게 했다.

라크로스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주식투자와 IT 벤처기업을 통해 돈도 꽤 벌었고 국제 구호단체 활동을 통해 이름도 많이 알려졌다. 실제로 프랑스 시앙스포 학부를 졸업할 무렵 세계 굴지의 회사들로부터 입사 제의를 줄줄이 받았다고 한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영국 LSE와 베이징대 복수 석사과정에 합격해 중국에서 막 공부를 시작할 무렵. 지하철을 타기도 어려울 만큼 쇠약해져 수업을 듣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울면서 한국행을 결정해야만 했다. “정말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내일을 위해 참아야 했고, 정신력으로 극복하라는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쉼표를 찍으라’는 외침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인생의 쉼표를 찍는다는 건 끝이나 실패를 뜻하지 않아요. 인생의 마지막 표기를 찍기 위해 가는 도중 쉼표를 적절히 찍음으로써 그 인생은 비로소 아름답고 조화로워진다는 것이지요.”

필립스 아카데미 재학 시절 교훈인 ‘Non Sibi’(나 자신만을 위하지 않는)를 늘 마음에 새기고 산다는 김씨.

그렇다면 쉼표 이후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일까. “개개인이 능력과 기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려 발휘할 때 휴머니즘은 살아날 수 있다고 봐요. 서양에서 꽃피웠던 르네상스는 바로 그 휴머니즘의 발현입니다. 나의 조국에서 신(新)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디에 쉼표를 찍느냐에 따라 우리네 인생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을 예술로도 만들 수 있다’는 김씨는 이르면 오는 가을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4-06 19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