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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기술발전에 약인가 독인가

특허는 기술발전에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3-05-11 00:00
업데이트 2013-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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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독점에 반대한다/미셸 볼드린·데이비드 K 러바인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리처드 스톨먼이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이 청년은 1982년 ‘소스코드 공유’라는 생각에 불씨를 지폈다. 1970년대 대학가에서 무료로 배포되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유닉스’를 대기업인 AT&T가 상용화하려 할 무렵이었다.

유닉스는 MIT와 AT&T 벨연구소의 합작품이었다. 스톨먼은 1983년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독점 추세에 반발,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설립한다. 카피레프트운동의 출발점이다.

이어 핀란드 청년인 리누스 토발즈가 합세했다. 1991년 ‘리눅스’를 개발한 뒤 3년 만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도록 개방했다.

1998년 11월, 독점금지 소송에 휘말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역설적이게도 ‘앙숙’인 리눅스를 언급해 변론에 나선다. 자사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로 말이다.

신간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에코리브르 펴냄)는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부는 특허권과 저작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애플과 삼성이 특허권을 둘러싼 소모적 소송전을 이어가며 기술시장이 시끌벅적한 탓에 관심이 더 간다.

저자인 미셸 볼드린과 데이비드 K 러바인은 “지적 재산권이 발명과 창의성이란 열매를 맛보기 위한 필요악이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들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의 신화까지 들먹인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최초의 사람은 아니다. 1712년 토머스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을 참고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수리하던 와트는 분리된 용기에서 스팀을 응축해 확장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769년 1월 특허권을 획득한 와트는 이후 자신의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권 연장과 강화에 몰두한다.

1790년대 성능이 한층 강화된 증기기관이 등장했지만 개량자인 혼블로워는 와트에 의해 고발당해 감옥에 갔다. 와트도 더 나은 성능의 증기기관을 만들려다가 특허권 제도의 방해를 받았다. 제임스 피커드의 크랭크와 플라이휠을 조합해 효율적인 회전축을 만들려 했으나, 이 같은 노력은 피커드의 특허가 만료된 1794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와트의 특허가 만료된 1800년 이후 30년동안 영국의 증기기관 수요는 5배 이상 늘어나며 봇물을 이뤘다. 저자들은 “와트가 더 나은 기술 개혁이 아닌 법률 제도를 악용해 선두를 지켰다”고 비판했다. 특허의 독점권을 없애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혁신과 창조가 가능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

예컨대 음악 저작권은 음악가들의 생계유지와 관련해 순기능이 더 강하지만,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 독점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에이즈 치료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역기능이 더 클 수도 있다.

저자들의 논리를 차분히 좇아가다 보면 ‘양날의 칼’로 알려진 지식 독점에 대해 다양성 시각을 꿰차게 될 것이다. 2만 3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5-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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