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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어린이 책] ‘나’와 ‘너’가 ‘우리’ 되기까지 아픔도 필요해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나’와 ‘너’가 ‘우리’ 되기까지 아픔도 필요해

입력 2013-09-07 00:00
업데이트 2013-09-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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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이선미 지음·그림/글로연/46쪽/1만 2000원

책을 반쯤 읽다 보면 뒤집힌 그림이 나온다. 책을 덮고 거꾸로 세워 뒷장부터 다시 읽어야 할 시점이다. ‘나와 우리’는 앞과 뒤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다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반전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우리’의 이야기는 동네 공터에 모인 아이들에서 시작된다. 편을 갈라 고무줄 놀이를 하느라 열중하는 아이들. 그런데 자꾸 멋쩍게 선 낯선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까까머리에 신발까지 거꾸로 신은 아이를 보고 은섭이가 불쑥 말한다.

“쟤는 여자야? 남자야?” 빡빡머리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금세 사라져 버린다.

‘나’의 이야기는 낯선 아이 분희로부터 출발한다. 머리카락에 엉겨 붙은 껌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은 분희. 하지만 새 머리칼이 채 자라기도 전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다. 동네 아이들 속에 섞이고 싶지만 쑥스럽기만 하다. 한 아이의 무심한 한마디가 가시가 돼 분희의 마음을 콕 찌른다.

“쟤는 여자야? 남자야?”

‘관계맺기’를 시작하며 의도하지 않게 마음에 생채기가 나기 쉬운 아이들. 책은 이런 아이들에게 나와 타인의 시선 사이에 미세한 틈이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작은 오해에서 빚어진 상처, 커져만 가는 갈등이 앞뒤 펼침이라는 독특한 책의 구조를 통해 ‘한마음’으로 합쳐진다.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여러 개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계를 맺는 데는 서로 다른 감정의 교차점이 있다는 열린 시각을 심어 주는 영리한 장치다. 세밀한 심리 묘사만큼이나 은행잎의 잎맥까지 살려 낸 그림에서도 각별한 정성이 엿보인다. 초등 저학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9-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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