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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와 영성철학자의 날 선 공방

물리학자와 영성철학자의 날 선 공방

입력 2013-10-12 00:00
업데이트 201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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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의 전쟁/디팩 초프라·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류운 옮김/문학동네/448쪽/1만 8000원

‘세계관의 전쟁’은 영성과 과학의 논리 대결이 핵심이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다수의 교양과학서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레너드 믈로디노프가 과학의 세계관을, 대체의학자이자 영성철학계의 구루로 꼽히는 디팩 초프라가 영성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다. 두 저자는 ‘우주’ ‘생명’ ‘마음과 뇌’ ‘신’ 등 네 가지 주제를 놓고 날 선 논쟁을 벌인다. 물리학자가 선제공격하면 영성철학자가 이를 맞받아치는 식이다. 단, 순서는 번갈아 바꾼다. 앞에 말한 이보다 뒤에서 통박한 이의 논리가 독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저자가 ‘비교적’ 의견 접근을 이룬 부분도 있다. 이번 논쟁이 ‘종교 대 과학’의 대결 구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초프라는 “굳이 구분 짓자면 영성은 종교보다 과학에 가깝다”며 종교와 선을 긋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과학과 달리 영성은 개념 규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책에 영성이 무얼 말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저 “오감이 미치는 범위 너머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 자리하며 그 잠재력을 풀어내는 열쇠는 바로 의식”이라는 초프라의 말에서 대략의 의미를 유추할 뿐이다.

둘의 설전은 정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하다. 책 첫머리에서부터 각자 대변하는 분야가 그간 인류에 끼쳤던 ‘민폐의 추억’을 경쟁적으로 떠올려 댄다. 영성철학자는 과학 연구의 부산물인 원자폭탄, 환경오염 등을 꼬집었고 과학자는 과학 연구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인간 상호 간 적대 행위와 환경오염 행위가 저질러졌다고 맞받아쳤다.

대립은 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믈로디노프는 세계가 빅뱅 이후 자연선택을 통해 형성돼 왔고 마음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며 실증적 자세로 우주와 생명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초프라는 모든 물리적 과정 너머의 초월적 영역에서 생명이 비롯됐고 마음은 뇌의 전기신호 따위로 해석될 수 있는 게 아니며 영성 역시 철저히 이성의 바탕 위에서 만물을 바라본다고 통박한다. 하지만 애초 이 싸움은 미세하게나마 과학 쪽이 불리했지 싶다. 책에서 보듯 “미국 대중의 45%만이 진화를 믿고 76%는 기적을 믿는다”니 말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10-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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