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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문턱 넘을 수 있게 손 내밀고 함께 걸어간 ‘위대한 동행’ 이야기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문턱 넘을 수 있게 손 내밀고 함께 걸어간 ‘위대한 동행’ 이야기

입력 2014-05-31 00:00
업데이트 2014-05-3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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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베르나르 올리비에·다비드 르 브르통·다니엘 마르첼리 지음/임수현 옮김/효형출판/208쪽/1만 3000원

어른에게 억압받고 생존이 절박해진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문턱은 무엇보다 높고 완고하다. 그들에게 문턱을 넘어가도록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단체 ‘쇠이유’(seuil·문턱)는 함께 길을 걸으며 자유를 향한 문턱을 넘도록 돕는다. 최근 국내 출간된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은 2000년부터 그들이 쌓아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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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를 걸으며 은퇴 이후의 삶을 찾아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에게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쇠이유’를 만들었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2000여㎞를 걸으며 은퇴 이후의 삶을 찾아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에게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쇠이유’를 만들었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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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쇠이유’는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 체벌 대신 동행자들을 붙여주고, 소년원에 가두는 대신 100일 동안 걷게 하면서 삶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문턱’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쇠이유’는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 체벌 대신 동행자들을 붙여주고, 소년원에 가두는 대신 100일 동안 걷게 하면서 삶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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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쇠이유’는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 체벌 대신 동행자들을 붙여주고, 소년원에 가두는 대신 100일 동안 걷게 하면서 삶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문턱’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쇠이유’는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 체벌 대신 동행자들을 붙여주고, 소년원에 가두는 대신 100일 동안 걷게 하면서 삶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효형출판·쇠이유 제공
쇠이유의 시작은 ‘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60세에 은퇴한 뒤 지독한 우울증에 빠진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이야기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는 도망치듯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콤포스텔라를 향해 몸을 던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갈리시아에 이르는 2300㎞를 두 발로 걸으면서 그는 여전히 건재한 자신을 느끼고 낙관적인 생각을 품었다. 삶을 재구성하면서 미래의 계획들을 구체화했다. 그는 “계속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깨달았”고 “누구를 위한 일이어야 할까”를 자문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걷기가 한 절망적인 퇴직자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면, 사회 밖으로 추방된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벨기에 플랑드르의 걷기 프로그램 ‘오이코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0년 5월 쇠이유를 만들었다. “아무리 심각한 상태의 청소년일지라도 그 자신이 모르는 지성적이고 육체적인 자원들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철학으로 삼았다. 문제를 겪는 청소년이 자원봉사자인 동행자와 외국의 한 나라를 선택해 100일 동안 2000㎞를 걷도록 했다. 그 걷기에는 휴대전화나 MP3 기기 없이 오로지 대화만 있었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요 대신 낯선 세상에 부딪히고 적응하는 능력을 안겼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도소와 몽둥이부터 떠올리는 교육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다른 대안이었다.

동행자로 나섰던 안토니 비고와 크리스토프 피크말의 회고에서, 도움이 절실한 청소년이었던 발레리 들릴과 함자 훌리의 이야기에서, 걷기의 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안토니와 함께한 하메드는 권위와 독재를 혼동하는 아버지에게 억압받았고, 교사를 폭행한 문제아였다. 늘 주눅 들어 있던 하메드는 프랑스 브리앙송에서 이탈리아 카찬차로로 향하는 사이, 악기를 만드는 사람에게서 미소를 배우고 성당 안 무대에서 소박한 원맨쇼를 하며 행복을 느꼈다. 처음 본 바다에서 순수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는 감정의 균형을 잡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물론 걷기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두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 다비드는 모범적인 여행을 했지만 두 달 뒤 다시 교도소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비드는 동행자 크리스토프에게 “이번엔 내가 극복을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번엔 꼭 하겠다”는 편지를 보내면서 희망을 안겼다. 쇠이유는 그에게 여전히 튼튼한 울타리인 셈이다.

책은 쇠이유의 활동과 함께 ‘위대한 동행’의 사회·심리적 의미를 전하면서 ‘억압’과 ‘교화’를 오가는 청소년 교육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암시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5-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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