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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쟁·전염병 같은 ‘인간파괴’만 없다면… 100년 후 세계경제는 ‘장밋빛’

테러·전쟁·전염병 같은 ‘인간파괴’만 없다면… 100년 후 세계경제는 ‘장밋빛’

김성호 기자
입력 2015-02-06 23:50
업데이트 2015-02-0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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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10인의 미래 진단

새로운 부의 시대/로버트 J 실러 외 지음/이경남 옮김/알키/328쪽/1만 5000원

대공황 초엽인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에세이 ‘우리 손주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통해 100년 후의 장밋빛 세상을 예고했다. 100년 후 세상은 영 딴 판으로 그려져 센세이션을 불렀다. ‘생활수준이 4∼8배쯤 향상될 것’이며 ‘주당 근무가 15시간으로 줄어든다’는 전망들은 이렇게 압축된다. “경제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문젯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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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리시대의 대표 석학으로 평가받는 10명의 경제학 대가들이 향후 100년을 예측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계속 성장하며 개개인의 권리가 확대되는 권리혁명도 지속된다. 하지만 강대국이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사악한 집단이나 전염병이 야기하는 ‘인간파괴’가 미래의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극단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우크라이나 비니차의 시체 구덩이 앞 유대인 남성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파리 홀로코스트기념관).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013년 우리시대의 대표 석학으로 평가받는 10명의 경제학 대가들이 향후 100년을 예측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계속 성장하며 개개인의 권리가 확대되는 권리혁명도 지속된다. 하지만 강대국이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사악한 집단이나 전염병이 야기하는 ‘인간파괴’가 미래의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극단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우크라이나 비니차의 시체 구덩이 앞 유대인 남성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파리 홀로코스트기념관).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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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케인스의 예측은 빗나갔고 경제는 여전히 골치 아프다”고 말한다. 일부 경제성장, 복지에서 적중한 예측이 있긴 하다. 하지만 케인스 예측은 대부분 허언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2013년 런던정치경제대 경영학과 교수가 케인스 에세이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00년 뒤 상황을 예측하는 ‘21∼22세기 미래예측 보고서’를 만들자는 제의에 걸출한 경제학자 10명이 모였다.

‘새로운 부의 시대’는 그 10명의 보고내용을 묶어 정리한 결과물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단숨에 노벨상 후보 영순위에 오른 MIT의 젊은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 201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E 로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M 솔로 MIT 경제학과 교수…. 관심 있는 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가들이 정리한 100년 후의 모습은 일단 케인스와 비슷하게 낙관에 기운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대체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며 세상의 연결성은 더 긴밀해질 것이란 데 동의한다. 물론 앞으로 100년간 환경 재앙이나 대규모 테러, 대량 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전쟁 등으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연구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된 ‘기술혁신에 따른 생활수준 및 건강·수명 향상’ 측면은 특히 낙관적이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지금 선진국 중산층만큼의 물질적 번영을 누릴 것’(앨빈 E 로스)이고 ‘지금처럼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아가지만, 가장 가난한 하위 10%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에드워드 L 글레이저)….

많은 연구자들이 개인과 여성, 소수의 권리가 확대되는 권리혁명이 지속되고 주요 트렌드의 기준이 된다고 예견했다. 불평등 구조도 큰 관심의 영역이다. 프린스턴대 애비너시 K 딕시트 교수는 ‘불평등 해소만이 새로운 부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고 로버트 J 실러 교수는 새 사회의 위험관리법에 주목해 세제, 개인의 직업과 연계된 보험설계를 통한 불평등 완충장치를 우선 제시했다. 로버트 M 솔로 교수는 기술발전에 따라 인간노동으로 발생해야 할 소득의 몫이 크게 주는 데 따른 불평등 심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주제는 바로 기후변화와 생물·사회학적 변이이다. 대부분 기후변화가 재앙의 잠재적 위험 요인임을 강조했고 비관적 입장의 학자들은 기후변화는 인류미래의 마지막 결정타라고 지적했다. 반면 글레이저 교수는 인간의 탐욕과 사악한 집단이 주동하는 대규모 테러·전쟁 등 파괴적 행동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아 주목된다.

어쨌든 10명의 경제학자들이 전망한 100년 후의 저울 추는 낙관 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그 희망의 끈은 소통과 협력이다. “불행한 일이 재앙처럼 닥쳐 큰 시련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임박한 위험에 맞서는 집단적인 조치와 진보의 힘 역시 강력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이긴다는 쪽에 돈을 걸 것이다.”(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2-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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