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9조’ 무력화… 아베의 속셈 파헤치다

‘헌법 9조’ 무력화… 아베의 속셈 파헤치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5-06-20 00:06
업데이트 2015-06-20 02: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일본은 전쟁을 원하는가 한다/시게루 지음/조홍민 옮김/글항아리/268쪽/1만 3000원

아베 신조가 처음 일본 총리에 오른 것은 2006년 9월이었다. 당시 주변에선 그를 ‘봉봉’이라며 비아냥댔다. 곱게 자란 도련님을 뜻하는 ‘봉봉’은 유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1년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은 5년 뒤인 2012년이었다. 하지만 컴백한 아베는 완전히 딴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나라’ 일본을 만들려는 행보가 두드러졌다.

아베 집권 이후 일본은 급격히 군국주의화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물론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한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집권 후 그가 벌인 일들을 보면 그의 목표가 뭔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기 위한 해석 개헌, 무기 수출의 해금과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등장 등은 ‘보통 국가’ 일본을 향해 가는 정지 작업인 셈이다.

책은 아베 정권이 헌법 9조를 무력화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를 추진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베의 노림수가 무엇이고, 지금 일본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법률 초보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여기서 제출하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각이 헌법 해석을 바꿔 버리는 ‘입헌주의 파괴’ 과정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베 정권이 지속될수록 실제 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본다. ‘있지도 않은’ 위기를 부추겨 무장을 강화하고, 정식 군대를 만들고,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려는 아베의 움직임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는 것이다.

아베의 소원대로 집단적 자위권이 용인되고, 헌법 9조가 무력화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미국이 일으키는 세계 각지의 전쟁에서 자위대 병력이 미군과 함께 싸우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다. 미국 젊은이 대신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일본 스스로가 원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본 측에서 거부할 명분으로 내세웠던 게 헌법 9조다. 한데 아베는 이런 강력한 방파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도쿄신문 기자 출신의 저자는 “(일본에 대한) 선제공격 따위는 없다. 일본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면 안정은 계속된다”며 “헌법 9조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당장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5-06-20 18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