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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mour = 쭉쭉 빵빵? 아니죠!

glamour = 쭉쭉 빵빵? 아니죠!

박록삼 기자
입력 2015-10-16 22:36
업데이트 2015-10-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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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의 힘/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480쪽/2만 5000원
글래머: 육체가 풍만하여 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성.(표준국어대사전)
glamour:①~을 매혹하다 ②황홀한 매력 ③사람을 반하게 하는 아름다움.(다음 영어사전)

도도한 표정은 선글라스 뒤로 감추고 채 금발을 휘날리면서 자신감 있게 걷는 젊은 여성의 모습은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뭇사람들에게 글래머를 뿜어내고 있다. 열린책들 제공
도도한 표정은 선글라스 뒤로 감추고 채 금발을 휘날리면서 자신감 있게 걷는 젊은 여성의 모습은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뭇사람들에게 글래머를 뿜어내고 있다.
열린책들 제공
글래머.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뜻풀이나 단어의 쓰임보다는 각종 사진들이 가장 먼저 우르르 뜬다.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이 가진 매력을 과감히 드러내는 사진들이다. 잘 알고 있는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가리지 않는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다 괜스레 겸연쩍어하며 뒤편을 두리번거리곤 한다.
그렇기에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지만 표지 사진을 보면 딱히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배신에 가깝다. 가냘픈 몸매의 흑백사진 속 인물은 기존 ‘글래머’의 성적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한 운동화, 치마를 입은 채 단발머리를 묶고 야트막한 담벼락에 걸터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곳 역시 꽃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야산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진이야말로 ‘글래머’를 내뿜는다고 말한다. ‘명성과 자극을 좇는 인생이 아니라 이 사진이 상징하는 고즈넉하고 아늑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힌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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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그들의 죽음 이후에 글래머가 더욱 강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열린책들 제공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그들의 죽음 이후에 글래머가 더욱 강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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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그들의 죽음 이후에 글래머가 더욱 강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열린책들 제공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그들의 죽음 이후에 글래머가 더욱 강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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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적이 안심이 된다. 외래어로서 한국어화한 ‘글래머’처럼 젊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서구사회에서도 역시 흔히들 ‘글래머’는 성적 매력은 물론 패션, 자동차, 성공 등 화려한 삶,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치는 삶 등 세속적 가치에 끌리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글래머가 갖고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에 주목한다. 그 힘의 원천은 상상력의 자극이고 관계를 맺어 가는 방법에 대한 설득력의 힘이다. 글래머의 개념과 인식을 재정립하며 수사학이자 문화심리학의 한 영역으로 글래머의 위치를 끌어올린다.
예컨대 부모로서 딸아이를 키워 본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애써 가르치거나 자극을 주지 않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공주에 열광한다. 2011년 디즈니는 ‘꿈꾸던 옷을 입으세요’라는 문구를 앞세워 인형, 옷, 가방, 구두 등 공주 관련 상품으로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920년대 대중 소비재 판매 업체들 역시 비누, 화장품 등의 제품에 유럽의 귀족적 공주 이미지를 덧씌워 글래머를 주입했다. 그 정점은 평범한 삶에서 공주로 신분 상승하며 공주 글래머를 충족시킨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이었다.
또한 이런 사례도 든다. 책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글래머는 있지만 카리스마는 없는’ 지도자다. 자신의 열망을 투사하게 만드는 글래머는 판매를 촉진하기에 선거 때 필요하지만 주체의 결단을 공유하고 그의 애정을 사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는 지도력을 강화한다.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당선됐지만 총기 규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확대) 등 핵심적인 개혁 정책마다 좌초를 겪어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처지를 단적으로 웅변해 준다. 이렇듯 사랑, 부, 미모, 성적 매력, 찬사, 우정, 명성, 자유, 지성, 개혁 등 어떤 것을 욕망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글래머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저자는 ‘글래머의 신기루는 현실에 존재하는 욕망을 인정하고 그것을 부각시켜 더 나은 삶을 향해 전진하게 하는 소중한 자극이 될 수 있다’면서 ‘글래머는 비언어적 수사학이며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진실이라고 느끼는 환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욕망의 결핍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은 불행과 고통스러움 그 자체다. 하지만 글래머를 통해 자기 욕망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10-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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