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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명이 장발장은행 덕에 교도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783명이 장발장은행 덕에 교도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3-04 17:38
업데이트 2020-03-0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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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결:거침에 대하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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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작가가 5년 동안 은행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장발장은행’ 홈페이지 첫 화면. 목판화가 이철수가 화투패에서 쓸모 없는 똥피에 비유되는 우리 사회 장발장들을 상징한 그림을 그렸다. 지난 5년 동안 7875명이 성금 10억 8256만 9653원을 장발장은행에 보냈고, 그 덕에 783명이 감옥행을 면했다.
홍세화 작가가 5년 동안 은행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장발장은행’ 홈페이지 첫 화면. 목판화가 이철수가 화투패에서 쓸모 없는 똥피에 비유되는 우리 사회 장발장들을 상징한 그림을 그렸다. 지난 5년 동안 7875명이 성금 10억 8256만 9653원을 장발장은행에 보냈고, 그 덕에 783명이 감옥행을 면했다.
“‘소외되고 버림받은 민중’이란 표현을 쓰면서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관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감시와 처벌’을 쓴 프랑스 지식인 미셸 푸코는 말로만 떠들고 실천하지 않는 지식인을 비판했는데, 그 비판의 화살은 정작 나부터 맞아야 했다.”
홍세화 작가
홍세화 작가
죄를 저질러 벌금을 내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교도소에서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 5년 전 은행장을 맡아 일하는 홍세화 작가는 은행을 찾은 이들을 보며 이렇게 토로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생각의 좌표’ 등을 낸 진보 지식인 홍세화 작가가 11년 만에 사회비평 에세이 ‘결: 거침에 대하여’(한겨레출판사)를 들고 찾아왔다.

책은 권력과 물질이 득세한 우리 사회에서 자유인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들이다. 편견과 오류를 멀리하고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해나가는 무기는 다름아닌 ‘사유’다. 그는 이전 책에서도 강조했듯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를 끊임없이 되물으라고 조언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결’은 주체할 수 없이 크고 거친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버릴 때에도 한결같이 중심을 지켜 온 자신의 사유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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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사유는 지난 5년간 그가 몸담았던 장발장은행을 통해 구체화한다. 그는 2015년 2월 25일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을 딴 장발장은행의 수장을 맡았다.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 벌금형을 받았지만 수중에 몇 백만원이 없고 가족이나 친지들에게서 빌리기도 어려울 만큼 사회적 관계까지 열악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발장은행엔 올해 초까지 5년 동안 모두 7875명이 10억 8256만 9653원의 성금을 보냈다. 덕분에 지금까지 모두 783명의 장발장이 교도소에 가지 않았다. 특히 이 가운데 128명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본 저자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박하게 살지언정 사회적 연대가 살아 있는 사회,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만큼은 지켜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시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올바른 정치참여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제안한다. “한국 사회라는 산에서 내려와 ‘조금 더 낮게’ 걸으며 지배와 복종에 맞서는 자유인으로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돼 보자”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3-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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