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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의 이름으로…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린 혐오

‘생산성’의 이름으로…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린 혐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6-11 18:02
업데이트 2020-06-1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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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혐오/데릭 젠슨 지음/이현정 옮김/아고라/541쪽/2만 2000

미국 내 흑인·아메리카 인디언 등 수감률 분석
‘정상적’ 법·제도에서도 철저히 구분되는 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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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다. 부모에게 학대당한 아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 다름 아닌 2020년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미국 사회변혁운동가 데릭 젠슨은 ‘문명과 혐오’를 통해 우리 사회가 ‘혐오의 정치경제학’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인종차별, 소수자 린치, 강간, 포르노 사이트, 아동 학대, 계급 착취, 생태 파괴, 홀로코스트 등 현대 문명사를 통해 혐오와 사회·경제적 구조의 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단체였던 큐클럭스클랜(KKK)과 미국의 사법체계를 비교한다.

미국의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수감 비율을 따져보니, 국가의 사법제도가 오히려 흑백을 철저히 분리하면서 인종차별 효과를 더 강하게 거두고 있음을 지적한다. KKK단이 저지르는 극단적인 ‘비정상’ 행위도 그렇지만, ‘정상적인’ 법과 제도로도 이미 혐오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흑인이라는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죽음들처럼,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민족을 이유로 집단 학살당했다. 많은 여성들은 성별 때문에 강간의 대상이 된다. 제3세계 아동들에 대한 노동과 성 착취는 거시경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혐오의 배후로 ‘생산’을 지목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혐오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책은 2008년 ‘거짓된 진실’을 개정해 새로 나왔다. 데릭 젠슨은 개정판 서문에서 “불행히도 이 책에서의 분석은 책이 쓰인 때보다 오늘 날을 더 잘 조명해준다”며 안타까워했다.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져 혐오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수많은 혐오를 다시 거론한 저자의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고백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0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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