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장정들은 해마다 가을걷이를 끝낸 뒤 버드나무를 베어다 강에 기둥을 세운다. 그 위에 솔가지를 꺾어 깔고, 땔감으로 쓰기 적당한 나무의 잔가지를 올린다. 그 위에 넓게 떼어낸 잔디를 엎어 깔면 푹신푹신한 섶다리가 완성된다. 땔감으로 써야 온당하지만, 물 건널 이를 위한 마음으로 엮었다. 강원도 영월 주천강에 놓인 두 개 섶다리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남을 위해 만든 다리에도 푸근함이 쌓인다.
저자가 15년 동안 시골 마을 이곳저곳에서 만난 옛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옛집과 마을 문화, 그리고 나이 든 촌부에 이르기까지. 어렸을 적 마주했던 풍경 속엔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 기억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