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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담은 사진 한 장, 역사를 바꾸는 병따개”

“진실 담은 사진 한 장, 역사를 바꾸는 병따개”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1-03-16 21:02
업데이트 2021-03-1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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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로이터 기자 ‘사진이…’ 출간

난민 사진으로 한국 국적 첫 퓰리처상
책 통해 역사적 사진 이후의 변화 짚어
“사진 잘 찍는 법? 좋은 이야기 담겨야
많이 찍는 것보다 자르고 고르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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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는 최근 출간한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에서 “사진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로이터통신 지국에서 근무하는 김 기자는 일본은행 총재 기자회견 당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저자 제공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는 최근 출간한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에서 “사진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로이터통신 지국에서 근무하는 김 기자는 일본은행 총재 기자회견 당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저자 제공
“무언가가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진실을 담은 사진은 사람들의 감정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고, 이걸 틔우는 병따개 역할을 하면서 역사를 바꿉니다.”

최루탄에 피격당한 이한열 열사의 사진 한 장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를 불렀다. 어떤 사진은 국가 간 전쟁을 종식하기도 하고, 다른 사진은 인종 갈등에 관한 고민을 이끌어 냈다. 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진들을 가리켜 ‘역사의 병따개’라고 했다. 그는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시공사)에서 이런 사진들을 이야기한다.

베트남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준 에디 애덤스의 ‘길거리 즉결 처형’(1968), 수단의 기아 참상을 고발한 캐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1993), 천안문 사태에 당당히 맞선 남자를 통해 독재를 고발한 ‘탱크맨’(1989) 등 사진의 당시 상황과 이후 사회 변화를 짚었다. 전쟁, 언론, 기아, 가짜뉴스 등 함께 생각해 볼 문제들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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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사진은 2019년 그에게 세계적 권위를 가진 퓰리처상을 안겨 준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난민’(2018)을 실었다.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첫 수상이었다. 멕시코 쪽 미국 국경에서 미국 국경 수비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아이들을 끌고 도망치는 가족을 포착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을 “폭력적인 갱들”이라고 했지만, 사진은 트럼프의 거짓말을 통렬하게 고발했다. 그는 “변화를 원하는 적절한 시점에 나온 적절한 사진이어서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책에는 또 스마트폰 대중화로 달라진 사진의 생산·소비 환경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생산하고) 보면서(소비하면서)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고민한다”면서 “좋은 사진은 좋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는 걸 알려 주고,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의 마지막 사진이 전몽각 전 성균관대 부총장의 사진집 ‘윤미네 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딸 윤미가 태어나고 결혼하기까지를 아버지가 찍은 사진집이다. 조금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는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성장, 나아가 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에 골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많이 찍는 데 집착하지 말고, 내가 보여 줄 사진, 간직할 사진을 잘 골라내야 한다”며 “사진은 자르고 고르는 미학”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명함 직책을 ‘비주얼 저널리스트’로 바꾸고 뉴스 동영상을 찍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진기자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저는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어쨌든 핵심은 이야기이니까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03-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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