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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내야 한다’ 다짐한 책”…네 번째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엮은 출판사 대표

“‘꼭 내야 한다’ 다짐한 책”…네 번째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엮은 출판사 대표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4-13 17:24
업데이트 2022-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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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의 ‘반민특위 재판정 참관기’
“너무 쉽게 역사를 평가했다”며 사료만으로 역사 전달
갈릴레이·광주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법정 기록 출판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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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책들도 있지만 꼭 내고 싶어서 내는 책이 있어요. 이 시리즈는 무조건 내야 한다, 알려야 한다 생각하고 시작했죠.”

역사·고전 등 인문 분야의 책들을 주로 내는 출판사 서해문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흥식(65) 대표가 2015년부터 시작한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을 엮었다. 안중근 의사부터 전봉준(2016), 도쿄 전범(2020)에 이어 이번엔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1호 구속자인 재벌 박흥식의 법정 기록을 다룬 ‘반민특위 재판정 참관기’다.

경영학도로 30여년간 출판사를 꾸려 오고 있지만 그는 출판계에서 유명한 ‘역사 덕후’다. ‘징비록’, ‘열하일기’ 등 수많은 역사서와 고전 해설을 썼고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도 손수 어렵게 모은 자료를 생생하게 옮긴 책들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접한 안중근 의사의 재판 기록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 그 시작. 13일 전화로 만난 그는 “이렇게까지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나조차도 왜 초등학생 때 본 위인전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을까 안타까웠다”면서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많은 역사 서적을 읽은 그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단순하게 알려진 게 많고, 너무 쉽게 평가되곤 했다”는 불만이 컸다. 그래서 철저하게 사료를 바탕으로 기록에만 충실한 책을 쓰고 주관적인 평가와 해석은 배제했다. 무엇보다 법정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 생생하게 역사적 사실을 접할 수 있고 굳이 설명을 덧대지 않아도 독자들이 읽고 각자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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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를 시작으로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가 엮은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2015년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를 시작으로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가 엮은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1면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원문으로 보는 친일파 명문장 67선’ 등 사료를 엮은 책을 이전에도 많이 냈지만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엔 특히 고생이 더해졌다. 부족한 자료 탓이다. “특히 도쿄 전범 재판정 기록은 화가 나고 황당할 만큼 국내에 자료가 없었다”고 했다. 일제 침략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한국인의 자리가 전범 재판정엔 없었듯,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기록도 일본에만 있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수천장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찾아 일일이 복사하고 번역을 의뢰했다. 그는 “돈이 많이 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국내에서 누군가 도쿄 전범 재판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초 자료만 돼도 좋겠다”고 말했다. 1년도 채 안 돼 해산된 반민특위는 자료의 양에서부터 한계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는 시간과 공간을 더욱 넓혀 갈 예정이다. 결국 자료가 부실해 접었지만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이단 행위로 재판받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재판정을 쓰고 싶은 바람도 있고, 조봉암·조용수를 비롯해 광주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법정을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선 의궤를 재료로 한 역사서에도 관심이 있다.

“책을 내다 죽고 싶다”며 출판업에 뛰어든 김 대표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책에 파묻혀 지낸다고 했다. “도서관 책 수만권은 펼쳐 봤을 것”이라며 책과 신문 등 종이매체의 힘도 거듭 강조했다. “종이로 읽어야 제대로 각인되고 사고의 틀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자크의 인간 희극을 완역하고, 브리태니커를 능가하는 우리만의 백과사전을 펴내는 일을 꿈꾸며 그는 오늘도 책을 읽고 쓴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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