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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학 창의력과 통찰, 이제 스페인과 남미에서도 통하죠”

“K-문학 창의력과 통찰, 이제 스페인과 남미에서도 통하죠”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9-06 15:53
업데이트 2022-09-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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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문학 스페인어 번역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스페인 출신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석사
‘태평천하‘,‘날개’,‘그 많던 싱아는...’ 등에 감명
황석영, 경험을 소설로 구현하는 작가라 좋아해
번역과정에선 방언,속담,유머 살리는 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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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온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살라망카대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배운 2년 교육과정이 제겐 전문가이자 한 개인으로서 성장할 큰 기회였다”며 “한국 문학 번역의 질은 점점 향상되고 있으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알바로 교수가 제주 서귀포 약천사 앞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제공
한국 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온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살라망카대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배운 2년 교육과정이 제겐 전문가이자 한 개인으로서 성장할 큰 기회였다”며 “한국 문학 번역의 질은 점점 향상되고 있으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알바로 교수가 제주 서귀포 약천사 앞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제공
“김경욱의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한국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소설 속 초현실적 인물상에 녹여 낸 창의력이 대단합니다. ‘태평천하’를 비롯한 채만식의 문학은 10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과 해학, 풍자가 탁월하죠.”

스페인에서 근래 한국 문학을 번역해 소개한 선구자로 꼽히는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34) 살라망카대 현대문학부 교수는 6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문학은 다양하고 풍요로우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한국의 최첨단 기술, 소셜미디어 덕분에 한국 문학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고 있다”며 “현재는 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가장 유명한데, 앞으로는 최근 소설들이 더 인기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한국 문학 번역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알바로 교수는 김훈의 ‘남한산성’을 비롯해 김경욱의 ‘개와 늑대의 시간’,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등을 번역해 스페인어권 국가들에 소개했다. 그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첫 장편 번역이라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애착을 느낀다”며 “지난해 ‘남한산성’을 번역하려고 조선 시대에 대해 많이 찾아봤는데 제가 처음 읽었던 한국 소설이 같은 작가의 ‘칼의 노래’라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살라망카대 언어학부에서 아랍어를 전공했던 알바로 교수는 2008년 교환학생으로 간 독일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스페인으로 돌아와 기초 한국어 수업을 들었고,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어와 한국 역사로 석사 학위를 땄다. ‘태평천하’와 이상의 ‘날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을 읽고 감명받아 한국 문학을 널리 알리기로 마음먹은 그는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수료 뒤 2017년 권여선의 ‘삼인행’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제16회 번역신인상을 수상했다. 알바로 교수는 “대학 시절 아랍어 수업 직전이 한국어 수업이라 칠판에 남아 있던 한글을 보며 어려운 언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고향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니 제 아랍어 교수님들이 놀랐다”며 “한국 사람과 스페인 사람은 독일인보다 성격이 여유로운 점이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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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교수가 번역한 김경욱 작가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 스페인어판.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교수가 번역한 김경욱 작가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 스페인어판.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알바로 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 황석영을 꼽았다. 그는 “황석영은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구현할 줄 아는 작가로, 한국 문학을 대변하는 힘이 있다”며 “한강의 초현실주의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박민규나 이기호처럼 재치 있는 소설가들도 매우 참신하다”고 말했다. 또 “번역은 기계적 작업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고 독창적으로 최상의 번역을 해낼 때가 기쁜 순간”이라면서도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계된 어휘, 각 지방 사투리, 속담, 유머 등을 살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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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교수가 번역한 김훈 ‘남한산성’ 스페인어판.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교수가 번역한 김훈 ‘남한산성’ 스페인어판.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알바로 교수는 “스페인에서는 역사 소설이 선전하고 있다”며 한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스페인 작가로 알무데나 그란데스, 훌리아 나바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페르난도 아람부루 등을 꼽았다. “스페인에서는 스티븐 킹처럼 해외에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 작가들을 응원하는 걸 잊어버리곤 합니다. 한국 독자들은 국내 작가들 작품도 많이 찾아 읽어 주셨으면 해요.”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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