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편안하게 눈감은 독재자…스스로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너무도 편안하게 눈감은 독재자…스스로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5-19 01:45
업데이트 2023-05-1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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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정아은 지음
사이드웨이/400쪽/2만원

“과오 대면하는 능력 결여 심각”
사춘기 맞기 전 ‘광주’ 겪은 저자
100권 문헌 참고한 과감한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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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집필한 정아은 작가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면 국가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집필한 정아은 작가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면 국가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가까운 이들에게는 소탈하고 친화력 좋은 사람이었다. 눈물도 흘릴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오와 대면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었다.”

장편소설을 다섯 편 내고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펴낸 중견 작가가 과감한 평전을 썼다. 사춘기를 맞기 전에 ‘광주’를 통과했던 저자는 비밀과 불안이 교차하던 시공간을 살아오며 전두환이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오다가 성인이 된 뒤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 역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이 독재자는 2년간의 옥살이 후 1652㎡의 집에서 살면서 이따금 청와대에 초청돼 “국가 안위”를 떠들고, 골프와 고급 음식을 즐기다가 2021년 11월 23일 평안하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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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부 ‘영광’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50년을 다룬다. 상승을 향한 집념, 뚝심, 준비하고 재빨리 기회를 낚아챈 치밀함, 무신경한 낙천성의 끔찍함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다. 2부 ‘모순’은 정통성 부재를 덮기 위해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고 김재익이란 걸출한 인재를 발탁해 이 땅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것이 그를 끝끝내 무릎 꿇게 하지 않은 원인이 됐다고 진단한다.

3부 ‘몰락’은 권좌에서 내려온 뒤 33년을 쫓는다. 그에게 드물게 이뤄진 처벌은 단편적이었고 자의적이었다. 노태우부터 박근혜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들과의 관계, 사회·역사·정치적 동역학을 고찰하면 최고 결정권자의 사적 동기로 그를 용서한 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직선제 이후로 넘어오지 못했음을 확인시킨다고 했다.

이 잔인한 독재자를 미화하거나 낭만화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를 톺아보는 건 4부 ‘악의 기원’에서다. 1990년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뒤 국민들이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강력한 국가’를 그리워하며 ‘80년대는 그래도 살 만하지 않았느냐’ 같은 헛소리를 하게 만들었다.

100권의 참고문헌을 살폈다는 저자의 결론은 ‘전두환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 내는 국민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2023-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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