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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밖에서 본 교황의 방한

천주교 밖에서 본 교황의 방한

입력 2014-08-09 00:00
업데이트 2014-08-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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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바깥에서는 교황의 방한을 어떻게 볼까. 종교계는 나름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선과 기대를 가질 것이다. 이웃 종교인들이 서울신문에 보내온 기대와 제언을 요약한다.

■낮은 자를 향하는 교회의 사명 기대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 시절 작은 아파트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노숙자를 만나러 잠행하고 피부병 환자를 안고 입을 맞추며 청소년과 격의 없이 셀프 카메라를 찍는 등 소탈을 넘는 겸손과 인간적인 행보가 수없이 많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시끌벅적하다. 이러한 국가적 혼돈 속에 한 줄기 샘물처럼 교황 방한에 따른 요구가 많다고 한다. 생명, 평화, 통일, 노사 간 문제점을 일소시켜 달라는 종교적 행위로 생각된다. 한국사회가 존경받는 어른이 없다는 불행한 사회의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황이 오신다고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대전, 음성, 명동과 광화문의 동선이 전부인데도 국민의 마음은 축복받은 자의 기쁨으로 충만한 듯하다. 교황 순방이 주는 교훈 또한 명백하다. 교황의 품성인 겸손과 인간적인 심성뿐 아니라 낮은 자를 향한 행보를 바랄 것이다. 한편 세계 종교 지도자의 혜안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천주교 틀 속에 명예를 채우는 축복행사보다는 교회 밖 가난과 낮은 자를 향한 행보와 교회의 사명을 바란다.

교황의 청빈한 삶 확산되기를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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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세상의 불의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는 12억 가톨릭인의 수장이지만 가톨릭 울타리를 벗어난 세계인의 지도자다. 청빈한 삶, 사랑의 실천, 불의의 배격이라는 기독교 전통이 훌륭히 되살아나 사회 변화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넓게는 그 물결이 다른 종교로, 세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렇게 교황의 삶이 주는 의미를 한국사회에 접목하는 쪽으로 나라가 떠들썩했으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단을 꾸려 여러 편의를 돕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지자체들의 태도는 과해 보인다. 교황의 소박한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방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가톨릭 내부 프로그램으로 짜인 것도 아쉽다. 짧은 방한 일정이라지만 세월호 참사 등 고통받는 시민들과의 만남도, 남북 긴장과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그분의 혜안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는 듯하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온 그분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와 종교계에 성찰과 전환의 좋은 자극을 기대했던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정직·겸손이 미덕 되는 사회 되길

정정숙 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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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 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장
정정숙 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겸손과 소박, 검소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과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한국가톨릭교회가 교황 방문으로 인해 한바탕 요동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단지 교황의 직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가난한 자에게 희망을’,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외롭고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분이다. 이번 방한 행보에도 그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 같다. 꽃동네 방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뿐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도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교황은 행보 하나하나에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과 베품을 이뤄 내고 있어 사람들에게 종교지도자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황의 기도와 메시지는 평화를 희망하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해 줘 더욱 빛난다. 생명의 존엄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 교황 방문으로 물질보다는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 정직과 겸손이 미덕이 되는 사회, 갈등을 넘어 이해와 포용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도록 종교인들이 앞장서 나가기를 기대한다.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로 희망

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홍보실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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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홍보실장(목사)
강석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홍보실장(목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우리가 이전 교황들로부터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런 모습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종교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파격으로 다가온다. 그분의 말들도 세상의 관심이다. “세계화는 여러 국가를 노예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들은 교회가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의 통제되지 않은 경제적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로 반대한다.” 파격적인 말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팽배한 배척의 정치와 불평등의 경제가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강조하는 모습에 신뢰가 더해진다. 그분의 행보와 말씀을 되뇌어 섬기는 이유는 그 ‘파격’ 뒤에 숨은 메시지 때문이다. 그분의 ‘파격’에는 줄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가난한 교회”의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고단한 현대인들은 그 메시지를 종교의 참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 전반에서 근본화·세속화의 우려가 있고, 사회로부터 걱정의 소리를 듣는 지경까지 왔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교회” 여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웃 종교끼리 우정 나누는 출발점 되길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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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사무총장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사무총장
‘로마에서 시작해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진다는 가톨릭 교황의 목소리. 그 가운데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과 목소리는 특별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 가톨릭은 그의 방한이 우리 사회, 특히 이웃 종교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에 대해 무심한 듯해 안타깝다. 교황의 방한이 단순히 가톨릭만이 아닌 이웃 종교와 우리 사회에 던지게 될 시대적 의미를 함께 짚어 내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움트게 하기 위한 노력을 심화할 대화 계기의 마련에는 눈을 돌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에서 방한이 마무리된다면 단순한 행사 참여의 들러리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려된다. 교황의 방한은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평화의 영을 주는 가난한 사람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오늘의 한국 종교계 전체를 향한 울림이어야 한다. 이웃 종교 사이의 ‘빛과 우정과 기쁨’을 나누어 우리 사회 전체를 ‘공존의 대화’로 이끌어 내는 희망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l.co.kr
2014-08-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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