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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불화 일으키던 차례상, 유교에서 공식적으로 간소화 추진

가정불화 일으키던 차례상, 유교에서 공식적으로 간소화 추진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7-18 18:14
업데이트 2022-07-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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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지내는 모습. 서울신문 DB
차례를 지내는 모습. 서울신문 DB
명절 때마다 너무 많은 음식을 준비하다가 가족 간 갈등의 씨앗이 됐던 차례상에 변화가 예고됐다. 이미 많은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간소화하고 있지만 유교 단체에서 공식 추진할 예정이라 관심을 끈다.

최영갑(59)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신임 회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 유교가 조선시대 유교를 그대로 가지고 온 느낌인데 시대에 맞게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리타분한 ‘꼰대 문화’로 인식되는 유교를 현실에 맞게 바꿔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유교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현대화 방안 중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내용 중 하나가 차례상의 간소화다. 국민 정서를 뒤늦게 따라가는 상황이지만 최 회장은 “우리 차례가 보통 설하고 추석에 두 번 있는데, 우리나라는 차례를 제사상처럼 차리는 게 문제”라며 “원래 차례는 간소하게 지내는 건데 제사상 차림으로 크게 지내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느껴 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차례상에 18~20가지 음식을 올렸다면 간소화한 뒤엔 술, 과일, 포 등 10가지 정도만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0가지도 많다는 지적에 최 회장은 “과일이 2~3가지 정도 되니까 실제로는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최영갑 신임 회장. 성균관유도회 제공
최영갑 신임 회장. 성균관유도회 제공
유도회총본부에 따르면 주자가례와 경국대전에는 3품 이상은 고조부모까지 4대를 제사 지내는 제례규정이 있다고 한다. 6품 이상은 3대까지, 7품 이하는 조부모까지, 서민들은 부모만 제사를 지내는 게 기존 관례였다. 그러나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철폐되고 제사에 제약이 없어지면서 가장 화려하게 지내는 차례를 따라가게 되면서 오늘날로 이어졌다.

성균관유도회 관계자는 박세채(1631~1695)의 삼례의에 기록된 진설도(제사 음식의 배열 위치를 그린 그림)에 음식의 가짓수가 10가지 정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차례상의 간소화는 획기적인 작업이 아니라 예전부터 간소하게 차렸던 본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제사가 많은 집안에서 빨리 간소하게 해 달라고 한다”면서 제사상의 간소화 방침도 밝혔다.

남성 중심으로 편향된 유교 질서도 바로잡을 계획이다. 최 회장은 “남녀칠세부동석이나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든가 하는 것은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진 역사”라며 “한나라는 유교를 왜곡시킨 첫 나라인데 여기서부터 잘못된 게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왔다”고 했다. 유교의 핵심 교리로 알려진 삼강오륜의 경우 오륜은 ‘맹자’에 나오지만 삼강은 지도자의 필요에 의해 한나라 때 만들어졌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것들을 깨 나가는 게 내 일”이라며 개혁을 다짐했다.

성균관유도회는 향후 일반인과 유림을 상대로 유교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꿔 나갈지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반발도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만나 본 유림 중에는 없었다. 유림도 시대에 맞춰 갈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열망하는 유림들의 입장을 전했다.

19일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현대화와 더불어 성균관 문묘에 더 많은 유교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방안이나 충무공 이순신 등 무인들의 위패를 모시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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