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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면 쉬어… 귀향길이 여행길 되다

막히면 쉬어… 귀향길이 여행길 되다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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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국도 주변 여행지

갈 길은 먼데 고속도로를 메운 귀성 차량 행렬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꾀를 내 국도로 갈아탔지만 정도만 덜할 뿐 주차장이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국도는 고속도로보다 낫다. 주변으로 들고 나기가 그나마 수월하니 말이다. 올해도 필경 고향으로 달려가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을 텐데, 그럴 바에야 국도 주변 여행지를 찾아가며 설렁설렁 내려가는 건 어떨까.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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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고갯길 넘어가면 6번


영동고속도로는 늘 북새통이다.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때 우회도로로 이용되는 게 국도 6호선이다. 인천에서 경기 양평과 강원 횡성, 평창을 지나 강릉 주문진으로 이어진다. 이름만 들어도 퍼뜩 짐작이 된다. 풍경의 보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길이란 게 말이다. 팔당댐 지나 맑은 물 흐르는 남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횡성부터 구불구불 산자락을 굽이돌아가는 고갯길로 들어선다. 횡성에 들면 태기산부터 찾을 일이다. 비포장길이긴 하나 정상까지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다. 밤낮의 기온차가 극심한 요즘엔 운무가 곧잘 끼는데 안개와 구름이 산허리 골골을 감싸며 펼쳐 내는 절경과 마주할 수 있다. 평창 쪽의 봉평과 진부를 잇는 구간에는 요즘 메밀꽃이 한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이효석 생가와 평창무이예술관 등 볼거리도 많다. 진부 쪽에선 오대산 월정사를 들르는 게 좋겠다. 전나무 숲을 걸으며 장거리 운전에 지친 무릎을 보듬어 줄 수 있다. 오대산 초입의 한국자생식물원에선 구절초 등 가을꽃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한들한들 코스모스 피어나는 17번

17번 국도는 경기 용인에서 전남 여수를 잇는 도로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등이 밀릴 때 우회도로로 곧잘 이용되는데 특히 용인 양지면에서 안성을 거쳐 충북 진천과 청주에 이르는 구간에서 귀성 차량 진·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용인~안성 구간에서는 한택식물원과 칠장사가 널리 알려졌다. 금광면 신양복리 복거마을은 벽화와 조형물로 예쁘게 꾸민 ‘예술 마을’이다. 마을 전체를 호랑이 콘셉트로 꾸며 ‘호랑이 마을’로도 불린다. ‘호랑이를 기다리며’ 등 50여점의 조형 작품이 전시됐다. 시간이 된다면 농협에서 운영하는 안성팜랜드나 백암순대마을, 안성허브마을 등도 들러 볼 만하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진천 나들목 인근에 설치된 ‘농다리’ 입간판에 한번쯤 눈길을 줬을 터다.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의 세금천에 놓인 농다리는 고려 개국 초기에 조성됐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국내 다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인근의 보탑사와 신라 김유신 탄생지도 묶어 돌아보길 권한다.

검소하되 품격있는 백제 만나는 4번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서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이르는 4번 국도는 서해안고속도로가 남부지역까지 막힐 때 돌아가는 코스로 주로 이용된다. 특히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구간에서 차량의 진·출입이 빈번한데 이 구간에 역사유적 탐방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가 널려 있다. 부여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백제의 왕도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백제의 향기 오롯한 유적들이 수없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부소산성은 첫손에 꼽히는 여행지다. 해발 106m의 나지막한 부소산을 두른 산성 안쪽으로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조성돼 어린이와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낙화암이 이 산자락에 있고, 연꽃으로 이름난 궁남지도 멀지 않다.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렀다는 무량사, 백제의 한을 품은 고란사 등도 빼놓으면 섭섭할 명소들이다. 서천에서는 신성리 갈대밭이 널리 알려졌다. ‘공동경비구역 JSA’ 등 수많은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던 곳이다. 홍원항에 들러 제철을 맞기 시작한 전어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호남의 정수를 관통하는 27번

충남 논산 아래쪽의 호남고속도로가 꽉꽉 막힐 때 우회도로로 종종 이용되는 게 27번 국도다. 전북 군산에서 출발해 전주와 임실, 순창을 지나 전남 순천, 고흥까지 이어진다. 호남의 핵심 지역을 두루 관통하는 셈이다. 그 가운데 이름깨나 날리는 여행지로는 전주가 꼽힌다. 호남제일문을 지난 27번 국도는 전주 구도심을 관통한 뒤 활처럼 휘어져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이 길에서 반드시 쉬어야 할 곳이 한옥마을이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동성당 등도 한옥마을과 맞붙어 있다. 임실로 들어서면 옥정호가 반긴다.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수변길이 일품이다. 옥정호의 한쪽 끝자락인 정읍 산내면은 구절초가 볼만한 곳. 해마다 구절초 축제도 벌인다.

물 따라 서정이 흐르는 2번

통행량 많기로는 남해고속도로도 뒤지지 않는다. 요즘 도로 사정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밀리는 구간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경남 진주와 하동 사이 구간에선 2번 국도로 빠지는 게 낫다. 사실상 남해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국도인데 논개의 기개가 흐르는 남강과 진주성, 품이 너른 진양호,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의 배경이 된 다솔사 등이 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맘때 하동에서는 북천역을 찾아야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코스모스가 철길 위로 하늘거리며 장관을 펼쳐 낸다. 하동송림(천연기념물 제455호)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다. 2번 국도에서 살짝 빠져 ‘풍경 전망대’ 금오산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남해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차로 오를 수 있다.
2014-09-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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