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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의 물결 태초의 살결 낙원의 숨결

옥빛의 물결 태초의 살결 낙원의 숨결

길종만 기자
길종만 기자
입력 2015-06-12 18:02
업데이트 2015-06-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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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비경’ 간직한 필리핀 휴양지 팔 라완

팔라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600㎞ 떨어져 말레이시아를 향해 길게 내리뻗은 섬. 길이는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는 거리와 비슷한 460㎞지만 폭은 평균 40㎞, 가장 좁은 곳은 5㎞에 불과하다. 그 섬이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원시 자연환경을 앞세워 에코 자연치유 여행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열악한 교통 환경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웅장한 대자연의 감동은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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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강 입구. 절벽 아래 수만년의 시간이 담긴 석회 동굴 속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에메랄드 물빛이 여행객을 반긴다.
지하강 입구. 절벽 아래 수만년의 시간이 담긴 석회 동굴 속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에메랄드 물빛이 여행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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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타고 지하강 내부를 돌아보는 관광객들. 종유석과 석순이 어우러져 장관을 펼쳐내고 있다.  하나투어 제공
보트를 타고 지하강 내부를 돌아보는 관광객들. 종유석과 석순이 어우러져 장관을 펼쳐내고 있다.
하나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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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셰리단 리조트 앞의 사방비치.  하나투어 제공
팔라완 셰리단 리조트 앞의 사방비치.

하나투어 제공


●‘세계 7대 경관’ 지하강 하루 1200명만 허락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가량 거친 길을 달리면 사방 비치에 이른다. 이어 선착장에서 양쪽에 날개를 단 필리핀 전통배 ‘방카’에 올라 20분여 바닷길을 가르면 지하강 국립공원에 닿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만큼 수려한 자태가 인상적인 곳이다.

‘팔라완 여행의 1번지’로 꼽히는 지하강은 세인트폴산 내부가 녹아 형성된 석회동굴 속 강이다. 동굴은 산 중턱까지 총 8.2㎞에 이르지만 인간에게 허락된 구간은 1.5㎞ 남짓이다. 하루 1200명만 미지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현지 가이드 겸 뱃사공의 도움을 받아 7~8명씩 한 배로 1시간 정도 둘러보는 방식이다.

방카에서 내려 왕도마뱀이 서식하는 숲을 지나면 어두운 회색빛의 거대한 절벽이 앞을 막는다. 그 아래 어두운 동굴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강물을 뱉어낸다. 지하강이다. 바다로 향하는 물빛은 여태 경험하지 못한 신비한 색이다. 투명한 연녹색은 마치 동굴이 삼키고 있던 거대한 에메랄드를 녹여 낸 듯 맑고 영롱하다.

배를 타고 녹색의 물빛을 거슬러 지하강에 들어선다. 암흑 속 박쥐들의 날갯짓과 기괴한 소리는 여행객을 오싹하게 만든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세례를 받으면 달아올랐던 몸도 서늘해진다. 작은 조명을 비추니 어둠 속에 거꾸로 매달린 수많은 박쥐들과 오랜 시간이 빚어낸 종유석, 석순들의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나타난다. 촛농처럼 흘러내린 60m 높이의 조각품들과 거대한 수직동굴 등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자연예술 걸작이다. 그 장엄한 비경에 “와” 하며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맹그로브 숲의 밤, 하늘엔 별 곁에는 반딧불이

맹그로브. 열대 강이나 갯벌을 터전으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생명의 나무. 바다와 강, 물과 땅의 경계를 이어주는 공존의 나무다. 긴 뿌리를 물속에 박고 서서 탄소는 들이마시고 산소를 뿜어낸다. 무수히 뻗은 뿌리는 물을 정화시킨다. 물고기들의 산란과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숲은 태풍을 막는다. 맹그로브 숲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이유다.

맹그로브 숲은 공정여행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유람선의 운영권을 마을에 줘 주민들의 수익을 보장하고 숲은 유지, 보존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산카를로스강은 넉넉하고 여유롭다. 유람선에 올라 맹그로브 숲을 양쪽에 끼고 유유히 바다로 향한다. 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고요함. 신선한 원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면 어느새 여행의 피곤함도 잊는다. 카약을 타고 숲 가까이 다가가면 맹그로브의 맨살과 만날 수 있다.

해가 지면 맹그로브 숲은 또 다른 세상이 된다. 어둠 속 이와히그강에서는 경이로운 세 가지 빛을 접할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잔잔한 강에 배를 띄우면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하늘은 촘촘히 박힌 별들로 눈이 부시다. 은하수가 흐르고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남십자성도 가까이서 빛난다. “아! 별이….” 입에선 탄성이, 하늘에선 별들이 쏟아진다. 그 모습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맹그로브 숲에는 그 별들이 내려앉았다. 반딧불이다. 여기저기서 군락을 이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점멸한다. 배 가까이 반딧불이가 섬광처럼 내려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며 환호한다.

강물도 빛을 낸다. 물속에서 손을 저으면 영화 ‘아바타’의 숲처럼 물결이 알록달록 형광빛을 뿜어낸다. 물을 한줌 던지면 별무리가 되어 허공에 환상적으로 흩어진다. 배가 강을 가르며 만드는 물결도 작은 빛덩이로 번진다. 발광 플랑크톤과의 신비한 만남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별무리와 반딧불이, 그리고 발광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은 찬란하고도 압도적이다. 보면서도 비현실로 느껴질 만큼 몽환적이다.

●혼다만의 무인도, 스노클링 등 레포츠 천국

푸에르토프린세사는 팔라완의 주도로, 섬 동쪽 술루해의 항구도시다. 시의 북부지역에 수심이 깊은 혼다만이 있다. 혼다만에는 판단섬과 카우리섬, 스네이크섬 등 1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코발트빛 바다가 감싸고 있는 무인도들은 스노클링을 비롯한 해양레포츠의 최적지로 꼽힌다.

혼다만 선착장에서 방카를 이용하면 20~30분 만에 섬에 오른다. 섬으로 가는 도중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바지선 팜바토 리프에 들러 바닷속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파란 하늘, 잔잔한 바다와 야자수, 드넓은 백사장, 그리고 비키니…. 섬에 오르면 상상했던 열대휴양지 모습이 드러난다. 바다는 투명하다. 황금빛 모래밭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손에 잡힐 듯하다. 빵조각으로 유혹하면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손끝을 간질인다. 스노클링으로 화려한 산호초를 둘러보고 한적한 백사장에 누워 본다. 우리의 해수욕장처럼 북적임이 없다. 야트막하고 잔잔한 바다와 고운 모래밭의 해수욕은 평온하고 여유롭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이다. 여기에 야자수 그늘에서 망고주스의 달콤함을 즐기고 신선한 시푸드와 과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호사까지 누리자니 이곳이 바로 열대의 낙원인 듯하다.

글 사진 팔라완(필리핀)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여행수첩]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는 멀다. 인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4시간, 마닐라에서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필리핀 국내선은 예상치 못한 연착이 잦으므로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짜야 한다. 7월 이후 예정된 인천~팔라완 직항로가 열리면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푸에르토프린세사 시내 숙소로는 지하강과 가까운 사방비치의 셰리단 리조트와 공항 근처의 아지자 파라다이스 호텔 등이 있다. 마닐라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에자 샹그릴라 호텔을 추천한다.

→달러를 쓸 수 없는 곳이 많으므로 페소로 환전하는 게 좋다. 필리핀 내 전압은 220V이나 콘센트 모양이 11자형이라 멀티어댑터를 준비하는 게 좋다.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아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팔라완 패키지 상품을 가진 여행사는 많지 않다. 하나투어(www.hanatour.com)에서 팔라완 반딧불이 투어, 지하강투어, 혼다만 호핑투어 일정 등이 포함된 마닐라·팔라완 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577-1233.
2015-06-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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