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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TV 엿보기 |도전 1000곡] 노래자랑인가? 가사자랑인가?

[정홍택의 TV 엿보기 |도전 1000곡] 노래자랑인가? 가사자랑인가?

입력 2010-09-05 00:00
업데이트 2010-09-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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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의 5대 요소라는 것이 있다. 첫째는 ‘부르는 사람은 매우 즐겁고, 듣는 사람은 매우 괴롭다.’ 이런 사람들은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멜로디가 조금씩 달라진다. 누구나 한번 들으면, 금세 부르는, 특히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 부르는 <아리랑>을 그때그때 다르게 부를 수 있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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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의 요소 두 번째는 ‘가사는 절대 안 틀린다.’ 그렇다. 음정 박자는 무시해도 가사 만은 절대로 정확하다. 필자가 존경하는 어떤 선배는 어쩌면 노래 가사들을 그토록 많이 외우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40년 전 60년 전 대중가요의 가사를 줄줄 외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분이 아닐까 한다. 물론 노래 부를 때 듣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괴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세 번째 요소는 ‘2절 3절까지 완창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래방이 아닌 경우 1절만 부르고 끝내는 법인데 이 양반들은 3절까지 모두 부른다. 혹시 4절이 있는 노래라면 4절까지 해치운다.

네 번째는 ‘남에게 마이크 주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래서 음치 끼가 좀 있는 것 같은 사람들하고 노래 부르러 갈 때는 그 사람에게 마이크를 맨 나중에 주는 것이 현명하다.

음치 요소 다섯 번째는 ‘앙코르 없어도 한 두곡 더 부른다.’ 문제는 본인들이 자신이 음치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음치는 치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글에서 음치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요즘 TV 프로그램 가운데 음정 박자는 전혀 무시하고 가사만 안 틀리면 ‘딩동댕’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나와서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봤자, 가사 내용에서 글자 두 개만 틀리면 ‘땡’이다. 나름대로 재미있고 활기찬 프로그램이다. 어떤 때는 한 명씩, 어떤 때는 두 명씩 나와서 출연을 하고 나이가 든 배우도 나오고 18세쯤 된 신인 가수도 나오고, 버라이어티 있게 하려고 PD들이 노력하는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유감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1,000곡 도전이 아니다. ‘1,000 가사 도전’인 것이다. 노래는 가사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랫말과 멜로디, 편곡, 연주, 그리고 가수,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노래인데 오직 가사 틀리지 않기로 경쟁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 TV에 노래자랑을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KBS의 <전국노래자랑> 말고도 크고 작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런데 정말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보다는 오락성 있게 이끌어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나라들, 미국이나 일본의 노래자랑 프로그램은 무척 까다롭다. 음정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탈락이다. 박자가 한 번만 늦어도 탈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래자랑들은 아주 관대하다. 오락을 위주로 하기 때문인 것이다. 어느 것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추어들의 노래자랑인 경우 TV에 출연을 해서 자기의 장기를 보여주고 방송 출연했다는 추억을 담아가고 하는 것은 유익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마추어가 아닌 사람들, 즉 직업적 엔터테이너들이 출연해서 음정 박자는 모두 무시하고 가사만 경쟁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약간 다르다. 가수든 배우든 코미디언이든 그들은 프로페셔널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출연하고 있는 한 프로그램 타이틀을 약간 고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도전 1,000곡>이라고 하지 말고, <1,000곡 노랫말 도전> 같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

글_ 정홍택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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