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혼자서 해보고 싶은 일 | 자유 토론] 혼자만의 자유 혼자만의 행복

[혼자서 해보고 싶은 일 | 자유 토론] 혼자만의 자유 혼자만의 행복

입력 2011-07-31 00:00
업데이트 2011-07-31 12: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언제나 어디서나 남자들의 무한 대시에 시달리는 소녀 같은 시인 김상미, 외로움 결핍증을 앓는 보헤미안 여행작가 노동효, 뭇 여성들의 무한한 사랑을 꿈꾸는 사랑 결핍증 유부남 임종관(《삶과꿈》 편집자), 천상 한량 체질이지만 남자 셋에 발목 잡혀 일인출판사를 꾸려나가는 놀고 싶은 주부 김명숙(일인출판사 대표), 예사롭지 않은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5차원 선생님 홍경희(수원칠보산 자유학교 선생님). 이들이 오늘 ‘혼자가 즐겁다’를 주제로 마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였다.

이미지 확대
임종관 삶과꿈 편집자
임종관 삶과꿈 편집자
이미지 확대
종관
저는 혼자인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지만 혼자인 시간을 늘 꿈꾸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아내에게 결혼을 하기 전 ‘한 달에 한 번은 혼자 있을 수 있게 처갓집에 가 있는 건 어때?’라고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켜지고 있지는 않죠.

동효 저는 그런 면에서는 참 편해요. 여행이 직업이니까. 혼자이고 싶을 땐 그냥 떠나면 되니까.

종관 모든 유부남들의 로망, 정말 부러운데요. 그런데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외롭지는 않나요?

동효 저는 혼자 여행하는 게 좋아요. 외로움이요? 천성적으로 저는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이에요, 스스로도 ‘외로움 결핍증’이라고 불러요. 또 여행지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요. 간혹 말이 안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손짓발짓하면 또 그게 다 통해요. 신기한 건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말이 따로 필요가 없어요. 최근에는 라오스 북부 쪽을 여행했는데 오토바이를 구해서 직접 타고 다녔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말리더라고요. 절벽도 많고. 길이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종관 오토바이 여행이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아, 거기에선 게바라가 친구와 함께였구나.

동효 마음 맞는 친구라면 함께여도 좋겠죠. 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더욱이 제 여행 스타일이 안전성이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남에게 권하기도 그렇고.

경희 저도 혼자 여행하는 걸 즐겨요. 그래서 해마다 혼자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요. 혼자 다닐 때와 친구와 같이 할 때 다른 게 있다면, 여행지에서 다가오는 사람. 친구와 함께 갔을 때는 여행지에서 말을 거는 낯선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근데 혼자 가면 말을 거는 낯선 사람들이 많아요. 여자 혼자 큰 배낭을 메고 다니니까 다 신기한가 봐요.

동효 맞아요. 친구와 여행을 하면 친구랑만 다니게 되는데 혼자 다니면 낯선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도 듣게 되요.

상미 저도 언어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혼자 여행을 하고 싶어요.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 혼자 여행을 하면 인간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요. 또 주변에 두고 온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요.

동효 혼자 여행이 좋은 건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거. 예전에 혼자 버스로 사막을 건넌 적이 있는데 그때 한 70시간 정도 버스를 탔나? 사막 여행은 평소 너무 하고 싶었던 여행이라 처음에는 막 신이 났는데 막상 한두 시간이 지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거예요. 똑같은 풍경은 아무것도 없는 풍경과 같다고 해야 하나. 계속 같은 풍경만 보고 있으니 나중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그때 갑자기 예전에 만났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사막 풍경 위로 하나둘 떠올랐어요.

종관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함께이지만 혼자일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함께이지만 혼자일 수 있는 시간.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동효 전 작업을 할 때 보사노바 음악을 자주 틀어놓고 일해요. 보사노바는 틀어놓아도 리듬만 지나가지 가사가 들려오지 않아 작업에 방해가 안 돼요. 동반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동반자에도 보사노바 같은 동반자가 있어요.

명숙 제가 만든 책 중에 영국인 저자가 쓴 《육아플래너》라는 책이 있는데 ‘아이들은 자란다. 시간은 지나간다’는 말이 있었어요. 육아하는 주부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참 공감 가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그 시간도 갖기 힘들어요. 그러다보면 엄마는 너무 힘들어 행복하지 않게 돼요. 행복하지 못한 엄마의 감정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그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작가는 아이가 자는 시간에 빨래를 하지 말라는 말을 해요. 아이가 잘 때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거죠.

종관 김명숙 선생은 일인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명숙 저 같은 경우 결혼을 하고 일과 집안일 등을 함께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나는 컨트롤 할 수는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잖아요. 아이의 경우 전적으로 부모가 떠맡아야 하니까. 그러다보니 보안책으로 일인출판사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혼자 일하면 어느 정도의 스케줄은 내 상황에 맞게 정할 수 있으니까. 저 같은 사람에겐 딱인 것 같아요.

종관 혼자 회사를 운영하니까 겪는 일들도 있을 것 같은데?

명숙 저는 혼자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다른 출판사 같은 경우 7,000부는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하면 저는 2,000부만 팔려도 행복해해요. 그만큼 부담감이 없어요. 이래저래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도 없고, 내 바이오리듬에 맞추어 일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도 적고요. 하지만 혼자 일을 하다보면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예를 들면 번역서의 경우 계약을 다 해놨는데 막상 번역을 해놓고 보면 도저히 팔릴 책이 아닌 경우.

상미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해요?

명숙 그냥 혼자 떠안고 가요. 위약금을 물기도 하고. 그래서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상담도 하고 도움을 많이 청해요. 그럼 실수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종관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니까 일인가정을 위한 물품들이 많이 팔린다던데, 사용해 본 분들은 없나요?

명숙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혼자 삼겹살 먹는 가게를 본 적 있어요. 회전초밥집처럼 주인이 바(Bar) 위에 음식을 내면 손님이 마주 앉아 그걸 받아 먹어요.

상미 저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인데요. 가끔 고기를 먹고 싶은데 고깃집은 혼자 가기가 참 그래요. 최근엔 혼자 2인분을 시켜놓고 먹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유럽 여행 때 느낀 건데 그곳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정말 많았어요.

종관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가 왜 혼자 사는 사람들을 독신이라고도 하잖아요. 자취하는 학생들이나 젊은사람은 그렇게 안 부르는데. 그 연령층이 정해져 있는 건가요?

명숙 쉽게 보자면 여기 있는 사람 중 홍경희 씨는 미혼. 김상미 선생은 독신 아닌가?

상미 저도 앞으로 결혼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독신은 아니지. 보통 결혼적령기로 나누지 않나? 요즘은 35살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독신이라고 부르는 거 같아요. 제가 젊었을 때는 27살 정도만 되어도 독신이라고 했는데.

종관 결혼적령기가 지나 혼자 사는 것 하고 지나지 않고 혼자 사는 게 다를 것 같은데.

명숙 저는 28살 때 집을 나와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됐는데, 그때는 혼자라는 게 너무 좋았어요. 친구들과 매일 놀러 다니고, 혼자 캔맥주 마시면서 영화도 보고. 그러다가 35살이 되니까 그 모든 게 갑자기 너무 싫어졌어요. 그런 내가 너무 처량해 보였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결혼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선도 보고.

상미 저는 혼자인 게 처량한 적은 없는데, 성가신 적은 있어요. 특히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마다 왜 결혼 안 하냐고 묻는데…. 지인들도 마찬가지고. “상미 결혼해야 하는데, 혼자면 안 되는데…” 그래도 결혼을 한 사람이 부러울 때가 많아요. 내 편이 있다는 거. 혼자 사는 사람은 내 편이 없어 슬프고, 때론 불이익을 당할 때도 있어요. 또 혼자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받을 수 없는 혜택도 많아요. 세금만 꼬박꼬박 걷어가고. 너무 불공평해.

동효 하지만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내 편이 안 되면 그건 정말 돌아버릴 일이에요.

상미 그래도 궁극까지 간다면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나?

종관 하지만 모든 문제에 있어서 궁극으로까지 가지는 않는답니다. 그게 문제죠. 혹시 다른 분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혼자여서)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나요?

명숙 저는 처녀 때 창업을 했는데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라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았어요. 아줌마들은 ‘아줌마자금’을 주는데 말이죠.

동효 저는 혼자 여행해서 불편했던 적은 간혹 있어요. 보통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두 사람이 쓰는 경우가 많고 혼자여도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니까. 그래서 길동무를 만들기도 했고요.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등 동호회를 통해 함께 가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혹시 ‘카우치 서핑’ 이라는 사이트 들어보신 분 있나요? ‘카우치’ 말 그대로 소파라는 뜻인데 사이트를 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여행자를 위해 자신의 집 소파를 빌려주는 거예요. 무료로.

상미 좋은 정보이긴 하지만 좀 위험하겠다. 하긴 여자가 사는 집으로 가면 되겠구나.

경희 에이~ 그건 너무 재미없지 않아요. 이왕이면 ^^

동효 걱정할 필요 없어요. ‘카우치 서핑’에 보면 이용한 여행객들이 소파를 빌려준 주인들에게 별점이나 방명록을 남기는 공간이 있어서 다음 여행자는 그 별점을 보고 집주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명숙 다들 혼자여서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은 없나요? 저는 예술 영화들을 마음껏 보고 싶어요. 음악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요. 제 취향에 맞는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늘 뽀로로만 봐야 하고….

경희 혼자 살아서 재미있고 좋은 것은 해보고 싶은 실험들을 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혼자 살면 꼭 해보고 싶은 실험이 몇 가지 있었는데 지금 그걸 다 해보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없이 사는 거. 제가 지금 사는 집에는 라디오를 제외한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이 하나도 없어요.

종관 혹시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건가요?

경희 아니요. 그냥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살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서 그렇게 살지 못했거든요. 그렇다고 그렇게 사는 삶이 대단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에게 굳이 전파할 생각은 없어요. 근데 혼자이니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종관 불편하지는 않나요? 특히 냉장고, 가전제품이 없는 공간에는 뭔가 다른 것들이 채워져 있는 건가요?

경희 뭔가 채워져 있지는 않아요. 참 그래서 한 가지 더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청소를 하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살림살이가 없으니 따로 치울 게 없잖아요. 물론 불편한 점은 있어요. 예를 들면 맥주를 시원하게 먹기 위해서는 샀을 때 바로 마셔야 한다는 거. 음식은 조금씩 하면 되고, 보관이 따로 필요 없는 김 같은 걸 자주 먹어요. 채소는 옥상 텃밭에서 키워 그때그때 뜯어먹고.

상미 저는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언제까지 견딜 수 있나를 실험해 보았어요. 그러나 나흘을 넘기지 못하겠더라고요. 나흘이 지나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한 이틀은 좋았나. 이틀이 지나니 방이 지저분한 것도 보이고…. 또 해보고 싶은 건 혼자 여행을 가는 거. 저도 홍경희 씨처럼 혼자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다니고 싶지만 무서워서 막상 떠나기는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어딜 가나 괴롭히는 남자들. ^^

종관 그런데 그것도 막상 없으면 서운하지 않나. 그래도 내가 몇 살 때까지는 남자들이 말도 걸었는데 지금은 말도 안 거네 하면서. ^^;

다 같이 하하하
이미지 확대


이미지 확대
김명숙 일인출판사 대표
김명숙 일인출판사 대표
이미지 확대
홍경희 수원칠보산 자유학교 선생님
홍경희 수원칠보산 자유학교 선생님
경희
그래서 저는 혼자 여행을 다닐 때 칼을 가지고 다녀요.

종관 그거 어디에 써요? 혹시 아무 밭에 들어가 무 서리해서 깎아 먹으려고?

경희 아니요^^. 여자 혼자 다니다 보면 간혹 재워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침낭을 들고 다니면서 비박을 많이 하거든요. 대부분 단순한 친절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그중 남자 한 분이 재워 주신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알고 보니 혼자 사는 홀아비인 거예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던 칼을 보여주며 “저는 칼을 가지고 다니는데 무슨 일 있으면 죽을 생각이에요”라고 말했어요. 그런 각오로 다녀서인지 아직까진 별문제 없었어요.

동효 저는 침대나 이부자리 위에서 누워서 책을 보다가 자는 거. 결혼하기 전에는 항상 자기 전에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스탠드를 켜 두면 옆사람이 자는 데 방해가 되니까 그게 힘들어요.

상미 맞아요. 저도 가끔 동생집에 가면 동생이 옆방에서 책을 읽는 데도 싫어하더라고요. 어차피 자긴 그냥 잘 거면서도….

종관 맞아맞아. 제 집사람도 그거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막상 옆에 가면 그냥 잠만(?) 자더라고요. 에휴~.

동효 그와 관련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책이 밀란 쿤데라의 《불멸》이에요. 책 중에 “편한 잠자리를 할 수 없는 게 결혼이다”라는 말이었어요. 제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잠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에요. 그때가 가장 머리가 말랑말랑해 책도 잘 읽히고 글도 잘 써지는 시간인데.

종관 혼자이지만 이것만은 꼭 지키자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상미 여자 혼자 살다보니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호기심)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혼자인 걸 알고는 이웃들이 중매를 서고 싶어 해요. 그러다 혹 남자인 친구를 집에 데려오면 어찌나 자기들끼리 쑥떡거리고 누구냐고 묻던지. 한 번은 집 앞 슈퍼 아주머니가 절 부르더니 “요 앞집 아저씨가 혼자 사는데 만나보겠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주머니 보고 “아주머니 그 아저씨가 절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사귀는 건 좀…”라고 했어요. 그래서 혼자인 경우 말들이 많아 여행이 아니면 되도록 외박도 안 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려고 해요.

종관 혼자 살기 위해선 꼭 갖추어야 할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상미 경제적인 것.

경희 혼자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또는 연출.

종관 홍경희 님의 집은 절대 그런 연출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다 같이 하하하

명숙 자신만의 일. 추구해야 하는 세계관. 그리고 종교가 있어도 좋은 것 같아요.

상미 사랑할 대상. 제가 지금 오십대인데 삼십대까지만 해도 사랑받는 것이 좋았는데 지금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사랑을 줄 대상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종관 경제적인 부분은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경제적인 문제는 혼자이나 둘, 셋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상미 우리는 경제적인 것들에 대해서 편안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있으면 있는 대로. 너무 많은 것을 갖추고 시작하려는 게 문제 같아. 경희 씨처럼 살아도 괜찮은데.

동효 혼자여서 가장 좋을 걸 자유롭다고 한다면 저는 자유롭기 위해서는 빚을 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사회에 나오면서 빚(학자금)을 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전 결혼하기 전 이일저일 안 가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어요. 갚아야 할 빚이 있어 꼭 많은 돈을 벌어야 했던 건 아니니까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쓸데없이 부추기는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텔레비전 CF를 보면 ‘자유본능’이라는 카피와 함께 자동차 광고가 나와요. 그럼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저 차를 가지면 여자 친구와 언제나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요. 그래서 남자의 경우 사회초년생이면서 덜컥 차를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차를 사는 순간 그 차를 갖기 위해 치러야 하는 돈 때문에 얽매이게 되는 거죠.

종관 비슷한 이야기로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20대 청년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나는 절대 서울에서 집을 사지 않겠다. 만약 그 돈이 있다면 좀 더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올렸어요. 물론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분 이해는 가더라고요. 왜 요즘 무리해서 집을 사고, 그 대출이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내가 필요해서 이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사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 같아 슬플 때가 있어요.

경희 제가 가전제품 없이 사는 것에 대해서 정작 제 자신은 불편함이 없는데 저를 보는 가족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너무 답답하다고 냉장고가 생기면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엄마는 매일 ‘중고나라’를 검색하기도 하고요. 전 정말 필요 없는데 말이죠.

상미 전 지금 혼자 살고 있는 게 좋지만 혼자가 싫을 때도 있어요. 아플 때.

경희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얼마 전 아는 분이 피마자 씨앗을 먹고 죽을고비를 넘긴 적이 있어요. 피마자 씨앗에는 라시닌이라는 독성이 있거든요.

다 같이 왜?

경희 그냥 먹어보니까 고소해서 열다섯 알을 먹었대요. 그게 강아지가 실수로 한 알을 먹으면 구토하고 죽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데 그걸 열다섯 알을 먹었으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여기저기 연락을 하다가 제가 연락을 받고 갔더니 정말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인 거죠. 그래서 119에 전화를 해서 실려 갔어요.

종관 근데 왜 처음부터 119에 전화를 하지 않고…. 사람들이 왜 그런 상황이 오면 꼭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걸까요.

경희 독성이 있는 건 줄 모르고 좀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던 거죠. 사실 저도 처음에는 주변의 자연의학 하시는 분들에게 연락을 해서 피마자 씨앗을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거든요. 여튼 겨우겨우 병원에 도착했는데 의사들이 지금처럼 다들 “왜 먹었느냐?”고만 물어보지 치료를 해주지 않는 거예요. 먹은 지 이미 오래 지나 몸에 독이 다 퍼져 손쓸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다시 자연의학 하시는 분을 찾아가서 3일 동안 머물며 치료했어요. 그때 그분이 지금까지는 혼자 사는 게 참 좋았는데 죽을 만큼 아파보니까 이렇게 혼자 죽으면 아무도 모르겠구나 생각이 드니 그게 너무 서럽고 괴로울 것 같아서 이제는 혼자 살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다 같이 하하하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어느 날. 서로의 범상치 않은 페로몬 향기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던 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해도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 이렇게 마냥 하다 보면 진짜로 《천일야화》가 될 것 같아 모두 아쉬움을 훌훌 털며 일어섰다. 일부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일부는 텅 빈 집을 지키는 다정한 적막 속으로….

글정리_ 임종관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