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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엄마처럼, 하하하

하하 엄마처럼, 하하하

입력 2010-09-05 00:00
업데이트 2010-09-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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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를 낳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태아가 배 속에서 너무 크게 자라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월등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빨이 이미 두 개나 난 상태였고, 손톱도 무지 길었으며, 울음을 터뜨릴 때도 아이 목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굵은 베이스 톤이었다. 하하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신생아였다. 거기에 출산 중 잘못된 호흡으로 눈에 핏줄이 터지는 아픔을 겪으며 아들을 낳았다. 출산 과정만큼이나 키우는 과정도 다사다난한 하하였다.

하하는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미술에도 뛰어나 우리 부부는 일찍이 유학을 보내 아이의 특기를 계발해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하하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음악뿐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먹지도 않고 음악을 듣고 만들기에 열중했다. 처음엔 취미로 하는 활동이겠거니 했지만 엄마인 나는 점차 깨달았다. 하하에겐 음악이 전부였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난 하하 아빠 몰래 하하를 지원하고 응원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한참 방황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하하는 귀가가 늦을 때가 잦았다. 물론 나는 걱정하느라 맘이 편치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말로 하면 싸움밖에 안 될 터였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을 이해한다고 해도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세월이 다르다. 하하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들과는 대화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밤늦게 들어온 아들이 느닷없이 랩으로 하는 말을 받아서 함께 랩을 했다.

“(랩으로, 엄마 아직까지 안 잤어요? 아들 걱정하느라고 못 주무셨어요?”

“(랩으로, 야, 이 녀석아. 네가 안 오는데 엄마가 잠이 오겠니.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냐?”

“(랩으로, 엄마가 준 용돈으로 충분히 먹고 다녀요. 오늘 밤엔 고기 먹었는데요.”

이런 내용으로 몸을 흔들며 랩으로 노래하듯 대화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한밤의 생쇼’라 할지 몰라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난다. 그냥 말로 대화했으면 서로 감정이 상하고, 나 역시 내 기분대로 아들에게 화를 냈겠지만 랩으로 속마음을 전하니 의사소통이 더 수월했다.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시 나는 하하 덕에 기획사 사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사정은 이렇다. 그때만 해도 기획사나 에이전시가 흔하지 않아 아들이 만든 곡을 음반으로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내가 기획사 사장이 되고, 하하 누나가 매니저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음반을 들고 방송사에 가서 피디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당시 내 이름 옥정의 이니셜 오제이를 따서 ‘오제이기획사’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는데 하하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얼굴도 모르는 오제이기획사 사장에게 공문만 수차례 받았다. 그런 학창시절을 거쳐 하하는 드디어 방송계에 진출하고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을 시작했다.

방송도, 효도도 척척 잘하는 하하에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성장기에 키가 크지 못하여 ‘꼬마’라고 불리는 점이다. <무한도전> 화보 촬영을 우리 집에서 할 때 엠씨인 유재석 씨가 나에게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꼬마라고 부르는데, 어머니로서 마음이 상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때 내가 ‘꼬마’ 대신 ‘상꼬맹이’라고 불러달라고 대답해서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모두가 웃었다. ‘꼬맹이 중에서도 상류가 되라’는 뜻이었고, 어떤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뜻을 전하고 싶은 맘에서 한 말이었다. 아들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엎어지며 웃었고,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 아들은 실제로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니다. 요즘에 하도 키 큰 사람이 많으니 아들이 상대적으로 꼬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아빠도 엄마도 큰 키인데 하하만 작은 걸 보면 성장기에 음악에 빠져 편식을 한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때 하하가 생즙을 먹지 않고 화분에 뿌려서 화분의 풀과 꽃들만 무성하게 자랐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내 눈엔 우리 아들이 최고 효자, 최고 가수, 최고 멋쟁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상꼬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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