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컴퓨터를 처음 접할 당시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리셋 기능만은 참 흥미롭게 느꼈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이 마음에 안 들면 싹 지워버리고, 새롭게 새 출발 할 수 있게 만드는 리셋 키는 저에겐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이었습니다. 대학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을 때, 첫사랑이 떠나갔을 때도 전 그때까지의 모든 일상을, 아니 인생을 지워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멋지게 살고 싶었지요. 연말, 연초가 되면 인생컴퓨터(?)의 리셋을 누르고 싶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다시 생각해봐도 분명한 것은 인생의 리셋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내 인생의 최선이냐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입니다. 하루가, 한 달이, 한 해가… 그렇게 쌓여 늘 새로운 지금의 ‘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아주 교과서적인 말만 제 친구한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