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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Reset)

리셋(Reset)

입력 2010-12-12 00:00
업데이트 2010-12-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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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담쟁이덩굴

컴퓨터를 처음 접할 당시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리셋 기능만은 참 흥미롭게 느꼈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이 마음에 안 들면 싹 지워버리고, 새롭게 새 출발 할 수 있게 만드는 리셋 키는 저에겐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이었습니다. 대학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을 때, 첫사랑이 떠나갔을 때도 전 그때까지의 모든 일상을, 아니 인생을 지워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멋지게 살고 싶었지요. 연말, 연초가 되면 인생컴퓨터(?)의 리셋을 누르고 싶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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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고는 아주 가까운 친구의 딸아이가 몇 달째 집을 나가 소식이 없습니다. 부모인 당사자는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친구지만 전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나면 끝없는 후회의 말만 들을 수밖에 없어 무척 안타깝습니다. 정말 그 친구한테만은 리셋 키를 눌러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과거를 완전히 지우진 못하더라도 잘못되기 하루 전으로, 아니 한 시간 앞으로라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친구의 가족은 지금처럼 고통스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분명한 것은 인생의 리셋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내 인생의 최선이냐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입니다. 하루가, 한 달이, 한 해가… 그렇게 쌓여 늘 새로운 지금의 ‘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아주 교과서적인 말만 제 친구한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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