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1일 바람처럼 출국했다. 그는 여느 해외스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선 겉치레에 관심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툭하면 숙소나 공연장 대기실을 놓고 까탈스러운 요구를 하는 해외스타들과 달리, 밥 딜런은 화이트 와인 1병에 생수, 재떨이만 대기실에 놓아줄 것을 원했다. 공연기획사에서 “정말 이것만이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경호원이나 통역 인원도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내한공연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 내한임에도 따로 기자회견을 않았다. 환영행사도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대에 오른 뒤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했다. 기획사 측은 공연실황 사진도 언론에 제공하지 않았다. 밥 딜런이 원하지 않아서다. 심지어 기획사 측이 찍은 디지털 사진의 메모리칩까지 회수해 갔다고 한다. 무대에는 그 흔한 대형 스크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조명도 핀라이트 20여개에 불과했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했다. 오로지 음악으로 팬들과 만나겠다는 거장의 고집이 그대로 드러난 공연이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4-02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