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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부딪치고 깨지는 시기가 청춘”

김흥수 “부딪치고 깨지는 시기가 청춘”

입력 2010-06-11 00:00
업데이트 2010-06-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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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禁 청춘 누아르 영화 ‘나쁜놈이 더 잘잔다’ 주연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아름답다. 청춘 하나면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 청춘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돈에 치이고, 취업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그들에게 청춘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때마침 청춘의 음지를 여과 없이 다룬 영화가 24일 개봉한다. 권영철 감독의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다. 돈과 섹스로 얼룩진 현실 속에서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3류 막장 청춘들의 인생을 다룬, 이른바 19금(禁) ‘청춘 누아르’ 영화다. 주인공 ‘윤성’ 역의 김흥수(27)를 10일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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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김흥수
●환경이 만든 3류인생 너무 안쓰러워

→실제 나이가 1983년 27살이다. 막장 청춘을 연기해보니 어땠나.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윤성이란 역할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주변 환경이 너무 엉망이었다. 그의 아픔을 나눠줄 친구도 막장이고 가족조차도 그에겐 짐이 됐다. 주변 환경만 괜찮았다면 그렇게 살진 않았을 텐데.

→누구에게나 슬럼프가 있고, 그럴 때 일탈을 꿈꾼다. 일탈의 도가 지나치면 영화처럼 막장이 되는 거고.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일탈을 꿈꾼 적 있었나.

-나는 나약한 편이다. 힘든 일이 겹겹이 부딪치면 해결하려기보다는 손을 놔버린다. 방치를 한다고나 할까. 윤성처럼 뭔가 해보려고 그렇게 막장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윤성에 어떻게 그렇게 몰입할 수 있었나. 시사회 때 본 막장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던데….

-좋게 봐주니 감사하다(웃음). 윤성의 정서를 많이 느끼려 했다. 감독님과 동료배우들과도 많이 얘기했고. 윤성은 멍청한 사람이다. (기자가) 보기에 윤성이 어떤 캐릭터 같았나.

→글쎄. 외로운 사람?

-그렇다. 집착도 많고. 자기 등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질수록 돈과 같은 다른 것에 집착이 크다. 여기서 외로움을 느끼는 거고. 나 자신을 많이 투영하려 했다.

→외로움을 자주 느끼나.

-사람인데 당연하다. 외로울 땐 힘들다.

→구체적으로 묻겠다. 일할 때 힘든가, 안 할 때 힘든가.

-(머뭇거리며) 솔직히 안 할 때 힘들다.

→사는 게 다 비슷한 것 같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더라. 사람들이 너무 바쁜 것에 익숙해서 그럴까.

-일할 때는 나를 돌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쉴 때 거울을 보면 불안하고 안 좋은 생각들이 많이 든다. 이게 외로움이 되는 거고. 이런 외로움이 윤성을 연기하는 데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았겠나.

→결국 윤성은 외로움에 못 견뎌 미쳐 버린다. 미쳐 가는 연기, 괜찮았다.

-윤성이란 친구는 주변 상황에 계속 당하다가 결국 폭발해 버린다. 지금까지 비교적 착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이런 거친 역할에 욕심이 났다. 사실 내가 전형적인 A형이라 소심하게 꾹 참는 편이다(웃음). 그래서 이런 시원한 역할이 탐이 많이 났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이 컸다. 윤성이 변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러워 보였다. 지금 같았으면 좀 더 무게를 뺐을 것 같다.

→자신의 연기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닌가.

-사실 영화는 드라마랑 좀 다르다. 드라마는 곧바로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 확인이 가능하다. 그 기간 동안 배우로서 성장을 하는 거고 그만큼 아쉬움의 여지가 커진다. 오래 전의 연기에 만족하는 게 배우 인생에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설렌 첫 베드신 비몽사몽 지나가

→다시 청춘 얘기로 돌아가보자.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의 청춘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나 자신이 한창 청춘인지라 부족한 게 많은데 메시지까지야….

→거창할 필요는 없다. 식상하긴 하지만 막장 청춘 영화니 이런 질문, 왠지 해야 할 것 같아서.

-글쎄…. (머뭇거리며)부딪치고 깨지는 시기가 청춘 아닌가.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판단은 나중 문제고. 그 좌절을 못 견디면 결국 영화처럼 막장 청춘으로 전락한다는 걸 (관객들이) 느꼈으면 싶다.

→이런 질문도 왠지 해야 할 것 같다. 좀 선정적이긴 하지만(웃음). 첫 베드신인데.

-솔직히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처음엔 설렘이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시 몸 상태가 안 좋아 비몽사몽 중에 찍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는데 사실감이 떨어져 보였다. 포즈도 그렇고.

→영화 흐름상 관객에게 불편함을 전해줘야 하는 베드신이었다. 어차피 강제 베드신이었으니까. 관객은 그 어색함 속에서 충분히 불편해했다고 본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다행이다.

→인터뷰는 여기까지다. 앞으로도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

-감사하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6-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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