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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사립미술관 두 곳 기획전

눈길끄는 사립미술관 두 곳 기획전

입력 2010-12-17 00:00
업데이트 2010-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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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소중한 인연…세 거장 폐허속 우정…그림으로 추억하다

시간의 무게와 인연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 사립미술관 두 곳의 기획전이 눈길을 끈다. 올해 개관 21주년인 금호미술관은 그간 미술관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작가 21명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21 & Their times’(그들의 시간들)를 열고 있다. 최근 신관을 개관한 김종영미술관은 ‘연리지, 꽃이 피다’전을 통해 1950년대 폐허의 화단에서 우정을 나눴던 세 거장, 장욱진·김종영·김환기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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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욱진의 초기작 ‘물고기’.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욱진의 초기작 ‘물고기’.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은 지금까지 600여회 전시에서 실험성이 강한 중견·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이 가운데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다 뚜렷이 각인시켜줬던 21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근작과 더불어 작업의 모티브가 됐던 오브제나 드로잉, 그리고 초기작을 나란히 배치했다. 미술관이 작가를 키우고, 작가는 미술관을 키운 ‘동반 성장’의 시간을 함께 돌아보도록 한 구성이다.

독특한 필묵기법으로 수묵화의 전통을 새롭게 확장시켜온 김호득은 천장에서 바닥으로 길게 떨어지는 먹지에 노란색 분필로 수직의 선을 그은 설치 작품을 한쪽 벽면에 설치했다. 그 옆에는 1990년대 수평선 작업이 걸려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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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정현의 작품과 작업재료가 설치된 전시장 전경.
조각가 정현의 작품과 작업재료가 설치된 전시장 전경.
조각가 정현은 지난해 기무사터에서 열렸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신호탄’전에 선보인, 대형 작품의 원형이 된 철수세미 작품 등과 함께 철도용 침목·아스팔트·철근 등 그가 즐겨 다루는 작업 재료들을 전시했다. 재료의 성질을 살리고, 인공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김태호는 10년간 지속적으로 해온 미니멀 회화 작품과 작업의 근간이 되었던 드로잉, 사진들을 출품했다. ‘맨드라미 작가’ 김지원도 맨드라미 생화를 박제시킨 오브제를 비롯해 맨드라미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흔적을 선보인다. 내년 2월 6일까지. (02)720-5114.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의 ‘연리지, 꽃이 피다’전은 한자리에 가장 모으기 어렵다는 1950~60년대 장욱진, 김환기, 김종영의 대표작 35점과 소묘 30점을 전시한다.

1910년대에 태어나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한 세 작가는 한국전쟁 후 서울대학교에 적을 두고, 신사실파 등을 통해 서로 교유하며 전통과 현대, 사실과 추상,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낸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인물들로 꼽힌다. 충남(장욱진), 경남(김종영),전남(김환기) 등 출신 지역과 성장 배경이 다른 이들이 전후 서울의 황량한 풍토에서 나눴던 우정을, 서로 다른 뿌리를 지닌 두 나무가 얽혀 한 몸을 이루는 연리지(連理枝)에 비유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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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산과 달’
김환기 ‘산과 달’
일반에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희귀작들이 여러 점 나왔다. 물고기의 형상을 사각과 삼각의 색면으로 분할해 구성한 장욱진의 초기작 ‘물고기’(1959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는 추상미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엿보게 한다. 고향 앞바다를 닮은 푸른 빛 화면에 달 하나가 떠 있는 김환기의 ‘산과 달’(1950년대)은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개인 소장자를 설득해 어렵게 전시했다는 후문. 조각가 김종영의 ‘꿈’(1958년)은 세부적인 형태를 생략하고, 절대적인 미를 추구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밖에 김환기가 뉴욕 시절 신문지 위에 그린 과슈 작품, 장욱진이 매직펜과 먹으로 간결하게 그려낸 소묘, 서예에 능했던 김종영의 수묵 추상소묘 등을 만날 수 있다. 내년 2월 11일까지. (02)3217-648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12-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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